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한 삼성전자(005930)가 연구개발(R&D)을 위한 웨이퍼 투입은 늘리며 R&D 투자를 강화한다. 기술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AI), 전장용 반도체 등 신시장 제품 수요를 기반으로 한 시장 회복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6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올해는 개발에서 웨이퍼 투입을 증가시켜 미래 제품의 경쟁력에서 더 앞서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둔화가 가시화한 지난해부터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을 통해 R&D 생산 비중을 늘려왔는데 R&D 비중 확대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도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래 공급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선단 제품들의 적기 개발과 품질 강화를 위해서 R&D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투자를 강화하며 중장기 공급 대응을 위한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R&D 웨이퍼 투입 확대뿐 아니라 인력을 증원하는 등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시설 투자도 전년과 비슷한 규모로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R&D에만 6조 5800억 원을 투자했고 시설 투자도 10조 7000억 원을 투입했다. 각각 사상 최대 규모다. R&D 투자액은 영업이익(6402억 원)의 10배가 넘는다.
삼성전자의 이런 기조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를 넘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의 투자가 생산능력을 늘리는 양산 팹(공장)에 집중된 측면이 강했지만 불황 시기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에 집중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메모리 생산량을 줄이는 것과는 별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차별화와 공정 미세화, 차세대 후공정 등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하게 지키기 위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은 높기 때문이다.
경 사장은 역대 최대 강도의 ‘반도체 한파’ 대응책도 제시했다. 그는 “D램과 낸드는 월 최대 수량 판매를 달성했지만 가격이 너무 떨어졌다”며 “급격한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다운턴 대책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격적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적자를 피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줄일 수는 있다. 그 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남은 7, 8개월 동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