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등 전략 기술 분야를 선도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관 부처들도 딥테크 특례상장 제도 신설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내에 금융당국을 설득하겠습니다”.
윤건수(사진) 벤처캐피탈협회장은 1일 서울시 성동구 DSC인베스트먼트(241520)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매출이 없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과감하게 상장을 허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회수시장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등 딥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유치와 활발한 자금순환 없이는 결국 도태할 것이라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챗GPT를 만든 미국 오픈AI는 시드(초기) 단계부터 조 단위 투자금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지금처럼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 상장 승인의 핵심 기준이 되면 장기간 기술 개발에만 몰두해야 할 테크 회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년 이상 투자가 필요한 딥테크 관련 기업을 벤처캐피털이 처음부터 최종 자금회수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바이오 기업처럼 당장 매출이 없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금 확보가 가능할 수 있도록 딥테크 기업에도 별도의 상장 특례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현재 코스닥 특례상장 제도는 △기술특례 △이익미실현(테슬라 요건) 특례 △성장성 특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 △유니콘(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 등 다섯 가지로 운영된다. 실적이 없지만 기술개발을 위해 장기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기업들은 통상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한다.
윤 회장은 올해 고금리 기조 등으로 스타트업은 물론 벤처캐피털도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기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회장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도 자금 조달에 실패해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은 물론 벤처캐피털들도 문을 닫는 사례도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정교한 ‘선구안’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다. 윤 회장은 이를 위해 “정교한 예측 능력을 갖춘 투자심사역이 제대로 투자하면 새로운 산업의 마중물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타격을 입는다"며 "임기 중에 심사역의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도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