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A씨. 뜬 눈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만 뒤적이던 중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불면증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보라는 팝업 광고를 발견했다. 불면증 문진을 거쳐 연령, 성별 등 간단한 인증과 전자서명으로 임상 참여 동의서를 작성한 뒤 디지털 치료제를 다운받았고 곧바로 임상이 시작됐다. 정기적으로 담당 의사와 화상통화로 치료 경과를 올리자 몇달만에 임상 종료와 함께 불면증도 개선할 수 있었다.
국내 2호 디지털치료제(DTx) 승인을 받은 웰트의 강성지(사진) 대표는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치료제 비대면 임상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강 대표는 “물론 현실에서는 임상 모집과 개시에 있어 완전한 비대면을 달성하지는 못했다”며 “‘WELT-I(웰트 아이)’의 가장 큰 성과는 단순한 승인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비대면 임상 설계로 당국의 허가 과정을 통과한 선례를 개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 창업가인 강 대표는 벌써 첫 DTx 제품 승인을 넘어 규제와 시스템 혁신을 포함한 비전을 공표했다. 그는 민족사관고 시절 학생발명전 대통령상을 받은 뒤 의사 출신으로 삼성전자(005930)에 입사해 사내 벤처 프로그램(C랩)을 거쳐 2016년 웰트로 스핀오프 창업한 혁신적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강 대표가 제품보다 비대면 임상이란 시스템을 더 큰 성과로 강조한 이유는 바로 글로벌 경쟁력에 있다. 그는 “이미 비대면 임상 분야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한 미국에서도 전과정을 비대면화한 데이터로는 미국식품의약국(FDA)를 통과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기존 의약품에서는 격차가 있지만 정보기술(IT)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DTx 영역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웰트는 WELT-I의 허가를 위해 제이앤피메디와 대면과 비대면 임상을 이중으로 설계했다. 분산형 임상시험(DCT) 방식으로 제이앤피메디의 임상시험 플랫폼과 연동해 온라인 피험자 모집부터 스크리닝, 동의서 취득, 임상시험 유효성 및 안전성 데이터수집 등을 완료했다. 강 대표는 “기존 임상과 동일한 수준의 신뢰도를 갖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면서도 방문 횟수는 절반으로 줄이며 중도 이탈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전체 시험 기간과 비용도 30%와 절반으로 각각 절감할 수 있었다”며 “특히 건강보험 적용에 있어 DTx는 후기 임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비대면 임상으로 확보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환자를 추적 관찰할 수 있어 효용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웰트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강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WELT-I의 비대면 임상 허가 사례를 미국 정부, 대학 등에 소개하며 '규제 수출'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웰트의 선도적 DTx 비대면 임상 성과를 알리며 미국과 유럽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는 “DTx는 일반 의약품과 다르게 추후 의료 현장 활용에 따라 업데이트를 통해 진화를 거듭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라며 “현재 불면증 DTx와 임상 데이터로 미국, 독일 등 현지 허가 당국을 설득한 뒤 섭식장애를 포함해 다양한 추가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