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가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시간외거래에서 60% 가까이 폭락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은행 위기와 관련해 “극심한 스트레스가 해결됐다”고 한 날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따라 미국 지역은행의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팩웨스트가 3월에 발표한 유동성 확대 계획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매각, 자본금 확충, 해산(breakup) 등 전략적 선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 측은 사업에 관한 장기 계획을 평가하기 위해 조언을 구하고 있으며 선제적으로 해법을 찾아 최근 파산한 다른 지역은행들과 같은 운명을 피하기를 희망한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팩웨스트는 미국 내 53위 은행으로 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며 약 70개 점포를 갖고 있다. 이미 도산한 다른 지역은행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시절에 매입한 채권의 가치가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하락한 반면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는 급증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이 은행은 지난주 실적 발표 때 1분기 예금이 50억 달러 이상 줄었지만 3월 31일부터 4월 24일까지는 7억 달러 늘었다면서 예금 유출 압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가도 잠시 진정 국면을 보였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예금에 대한 두려움과 상업용 부동산 관련 우려, 강화되는 은행권 규제, 공매도 세력의 압력 등에 투자자의 불안감까지 겹치며 주가가 급락했다. 이 은행의 주가는 장중 거래에서 최근 5일 연속 하락했고 3월 8일 지역은행 위기가 불거진 뒤로는 거의 90%나 폭락했다. 3일 시간외거래에서는 최대 58%나 미끄러졌다. 이에 따라 최근 두 달 새 문을 닫는 네 번째 미국 은행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팩웨스트의 시간외 주가 급락은 파월 의장이 은행권 위기가 최악 국면을 지났다고 평가한 날 나타나 역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불안감 확산을 차단하려는 듯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다”며 “극심한 은행 스트레스는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팩웨스트뿐 아니라 다른 지역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의 주가도 시간외거래에서 최대 29%, 자이언스방코프와 코메이카 등도 약 10%나 빠졌다.
리서치 업체 KBW의 미국 은행 부문 담당인 크리스토퍼 맥그래티는 “시장은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다음 도미노를 찾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모바일뱅킹이 발달해 예금자가 앞다퉈 예금을 인출할 경우 한 은행이 무너지는 데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무서운 점이라고 맥그래티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