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4일 아시아 시장에서 개장과 동시에 7% 넘게 폭락했다가 소폭 상승 전환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최근 들어 원자재 시장에 드리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약화 우려의 그림자가 반영된 결과다.
6월 인도분 WTI 선물은 이날 오전 아시아 시장 개장과 함께 전장 대비 7.2% 하락한 배럴당 63.64달러로 출발했다. 장중 가격이지만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오전 중 상승 반전했고 오후 4시 현재 전장 대비 1.05% 오른 배럴당 69.3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급등락에 대해 중국 트레이더들이 노동절 연휴를 마치고 돌아와 알고리즘에 기초한 프로그램 거래를 재개한 영향이라고 전했다. 컨설팅사 반다인사이트의 반다 하리 설립자는 “알고리즘 거래로 증폭된 패닉 매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1회성 해프닝이라기보다 중국의 제조업 성장 둔화 조짐, 미국 중소형 은행발 신용경색 우려에 따른 글로벌 수요 하락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날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올해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함에 따라 미국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WTI 가격은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이 기간 하락 폭은 10.65%에 이른다. 브라이언 마틴 ANZ그룹홀딩스 애널리스트는 “주요 경제국의 경제성장 약화에 대한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 하락 압력을 받았다”며 “원유 시장의 심리는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줄었지만 휘발유 재고가 늘어나며 수요 감소가 나타나는 점도 유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킨다.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다우존스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 원유 재고는 4억 5963만 배럴로 전주 대비 128만 1000배럴 줄어든 반면 휘발유 재고는 174만 2000배럴 증가한 2억 2287만 배럴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