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역사업소 일부 통폐합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당정이 요구하고 있는 ‘20조 원+α’ 재정 건전화 계획 중 하나로 18개 지역본부, 234개 지역사업소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달 28일 지역본부장들을 긴급 소집해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사업소 통폐합안이)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8개 본부와 234개 지역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17개 본부, 223개 지역사업소)과 비교해 본부는 1개, 지역사업소는 11개 증가했다. 이 중 15개 지역본부는 각 사업소를 총괄하며 지역의 송배전 판매망을 책임진다. 나머지 3개 본부는 송변전 전력망 구축을 담당한다.
지역사업소는 지역본부 아래 배전망 관리 및 판매를 담당하는 183개 지사, 송전망 관리를 담당하는 45개 전력지사, 전력망을 구축하는 6개 건설지사 등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급수별로 30~100명 규모의 인력이 지역사업소에 상주해 있다. 지역본부와 지역사업소가 늘면서 그에 딸린 식구도 덩달아 증가했다. 한전에는 지난해 말 기준 본사와 지역을 합쳐 총 2만 3728명의 직원이 재직해 있다. 5년 전에는 2만 2731명에 불과했지만 매년 약 200명의 인원이 증가했다.
한전이 조직을 키우고 인력을 늘린 것은 보다 촘촘한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료화된 한전의 조직 분위기를 감안할 때 업무량과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로 조직의 구성원이 증가한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한다.
내부에서도 중복 인력을 재배치해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추가 자산 매각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업소 통폐합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지난달 28일 전기위원회에서 승인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에 따라 송변전 건설 인력의 대대적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규·경력 채용에 제약이 큰 만큼 지역사업소의 유휴 인력을 건설 분야에 이동시켜 건설 인력 수급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문제는 통폐합 대상이 되는 지역의 수용성과 노조의 반발이다. 한전의 지역사업소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은 데다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할 직원들의 반대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