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저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환차익이 가능한 일본 지수 추종 ETF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본 토픽스(TOPIX)지수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일본TOPIX레버리지(H) ETF’는 올해 1월 2일부터 이날까지 총 22.0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에 투자하는 ‘KODEX 일본TOPIX100 ETF’도 같은 기간 15.19% 올랐다.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 주가)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니케이225’와 ‘ACE 일본Nikkei225(H)’는 각각 15.65%, 12.02% 상승했다.
이들 ETF 수익률이 호조를 보인 배경에는 엔저 현상으로 올해 일본 수출 관련 기업들의 이익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달 2일 닛케이225지수도 이에 따른 영향으로 1월 4일보다 13.38% 오른 2만 9157.95에 마감했다. 2022년 1월 5일 종가 기준 2만 9332.16을 기록한 후 약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토픽스지수도 같은 기간 11.1% 올라 2075.53에 마감했다.
엔저 효과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늘면서 내수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1~3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총 479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65%까지 회복했다. 관광객 1명이 일본에서 지출하는 단가도 2019년 1~3월 평균 19만 5882엔(약 192만 원)에서 올해 30만 2704엔(약 298만 원)으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은행이 최근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일본 기업들의 엔저 수혜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올해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도쿄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와 도쿄·오사카 간 동해도 신칸센을 운영하는 센트럴여객철도 등을 장기 관점에서 저점 매수할 만하다고 권유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환헤지형 상품이 유리하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높아지고 달러 강세 압력도 이어지고 있어 5월 닛케이225지수는 3만 5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