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가조작 등 증권 범죄에 가담한 경우 최대 10년간 계좌 개설, 주식 거래를 제한하고 금융·상장회사 임원에 취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하한가 사태로 금융투자 업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가운데 관련 범죄에 대한 제재 수준을 대폭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윤 의원실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이번 주 안에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준비하는 법안은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가담한 사람에 대해 금융투자 상품 신규 거래와 계좌 개설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규제 대상이 되는 금융투자 상품은 주식, 주식 관련 사채, 파생상품 등 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을 포괄한다. 거래 제한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두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사안별로 결정하도록 했다.
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되면 금융·상장회사에 임원으로 선임되는 길도 최대 10년간 막힌다. 상장회사의 범위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물론 코넥스 시장까지 포함한다. 금융회사는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 적용된다. 위반 행위 당시 직원 신분이었던 사람에 대해서도 임원 선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목적이다.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우에도 직위 해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임원의 범주에는 이사·감사를 비롯해 업무집행 책임자로서 사실상 임원의 역할을 하는 사람까지 들어간다.
윤 의원은 “증권 범죄 재발을 막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형사처벌 위주의 평면적 대응에서 벗어나 거래 금지, 임원 선임 제한 등 제재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위 공정시장과와 사전 협의를 거쳐 법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를 위해 대상자로 선정하면 금융 당국 홈페이지에 그 사실을 공표할 것”이라며 “상장사에는 대상자 여부 확인, 정기적인 공시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금융위 증선위에 상정·의결된 불공정거래 사건은 총 274건이다. 이 가운데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의 비중이 43.4%로 가장 높고 그 뒤를 부정거래(29.6%), 시세조종(23.4%), 시장질서교란(3.6%) 등이 이었다. 금융 당국의 조치는 과징금 등 행정조치 없이 고발·통보만 한 경우가 93.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윤 의원실은 형사처벌의 경우도 증권 범죄에 대한 낮은 기소율, 강도 약한 판결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2016~2020년 수사가 완료된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관련 고발·통보 사건 가운데 불기소로 끝난 비율은 55.8%에 달했다. 2020년 대법원이 실형 결정을 내린 사범도 38명으로 전체의 59.4%에 그쳤다. 26명(40.6%)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미국·캐나다·홍콩 등 해외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다양한 행정 제재 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형사처벌에만 의존하다 보니 재범 비율이 20% 전후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증권 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