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총조립동. 잠실 실내체육관 크기 초대형 조립동 내부에서는 3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 1·2단 로켓이 조립을 마친 채 아파트 15층 높이의 위용을 드러내며 누워 있었다.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서 700km 지구 궤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 대한민국 항공우주기술의 자존심, 누리호의 ‘본체’다.
누리호는 1·2차 발사에서 우주를 가르며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발사의 주역들은 여전히 좌불안석이었다. 발사체란 미국·러시아 등 우주 기술 강국들도 ‘삐끗’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민감한 존재인 탓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동안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아직 누리호의 비행은 3번째에 불과하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24일로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의 목적은 ‘위성 배달’이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제작한 180kg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한국천문연구원·루미르·져스텍·카이로스페이스 등이 제작한 3.2kg~10kg의 큐브위성 7기 등 총 8개 위성을 500km 상공에 띄우는 것이 목표다. 국산 위성을 미국·러시아 등 타국 도움 없이 자력으로 발사하는 것이다.
앞서 2차 발사로 누리호의 우주발사체로서의 성능은 검증이 끝났다. 이제 발사체 본연의 목적인 ‘위성 발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조립동에서 300m 떨어진 위성보관동에는 누리호와 함께 우주를 비행할 인공위성들이 속속 입고되고 있었다. 마침 이날 현장에서는 누리호에 탑재될 큐브위성 중 하나인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이 입고 중이었다.
조립은 반도체 공장 같은 거대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은 엔지니어들의 손을 통해 이뤄진다. PC 본체를 연상시키는 네모난 금빛 케이스에 들어찬 큐브위성들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 주변에 차곡차곡 배치된다.
정밀 기기인 인공위성이 발사 충격에 손상받지 않고 궤도에 오르도록 하고, 각자 무게와 크기가 다른 위성들을 충돌 없이 분리시키는 위성사출장치를 시험하는 것은 또 다른 시험대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목표 고도에 도달하면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우선 분리된 후 20초 간격으로 7개 큐브위성이 좌우 번갈아 사출된다”며 “위성이라는 ‘손님’을 모시고 궤도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더욱 안정적으로 발사해야 해 신경 쓸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누리호에 탑재될 위성들 또한 한국 우주 기술력의 결정체다. 핵심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해상도 5m, 관측폭 40km의 영상레이다(SAR)를 비롯한 주요 장비를 국산화했다. 이 위성은 가장 크고 전력 소모가 많아 항시 태양광을 쬘 수 있는 ‘태양동기궤도’에서 2년 간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발사 시간도 기존 오후 4시에서 오후 6시24분 전후 30분으로 조정했다.
천문연의 도요샛은 나사(NASA)와 우주날씨 시공간 변화 연구를 공동수행하기 위해 만든 위성이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발사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누리호를 타게 됐다. 도요샛은 큐브위성 4기가 한 세트로 편대비행을 한다. 처음 궤도에 오른 직후에는 2000km 거리를 두고 일렬로 비행하다 서서히 거리를 좁히고, 이후에는 좌우로 400km 넓이 편대를 형성해 보다 넓은 지역을 한번에 관측한다. 이재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큐브위성 중에서 편대 비행은 글로벌 첫 시도”라고 강조했다.
외 루미르·져스텍·카이로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 산업 강소기업들이 만든 큐브위성도 우주쓰레기 경감 기술 실증, 근지구 우주공간 플라즈마 미세구조 변화 관측 등 연구를 6개월 간 수행하게 된다. 이들 위성은 마지막 성능 점검을 마치고 발사 2주 전까지 누리호 3단에 탑재된다. 조선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정책연구관은 “20년 전 나로우주센터를 착공하면서 꿈꿨던,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가 만든 위성을 발사하는 일을 실현할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