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잡혀 수십 년간 강제 노역을 하다 탈북한 국군 포로와 유족이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이날 국군 포로 김성태(91)씨 등 3명이 낸 소송의 1심 재판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2020년 7월 다른 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 이후 같은 취지의 승소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김씨 등 5명은 지난 2020년 9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이 강제 노역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1인당 2100만원씩 총 1억 500만원의 소송을 냈다.
이들은 한국전쟁 중 포로가 돼 북한에 끌려갔고, 1953년 9월부터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약 33개월간 탄광에서 노역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 사회에 강제 편입됐다가 2000~2001년 탈북했다.
재판부는 북한 정권과 김 위원장에게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어 소장을 공시송달했고, 이 과정에서 판결까지 32개월이 소요됐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당초 이번 소송의 원고는 김씨를 비롯해 총 5명이었지만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이원삼·유영복·이규일씨 등 3명이 별세했다. 이 중 이원삼씨와 유영복씨는 소를 취하했다.
김씨는 판결 직후 북한인권단체인 사단법인 물망초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같이 기쁘고 뜻깊은 날을 위해 조국에 돌아왔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죽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 등이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