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 190개 반도체기업 2.3조원 투입…국가데이터 美 접근 차단

■美 제재에…기술자립 투자 확대

SMIC 3720억원 대규모 지원 등

상위 10개사 1조원 보조금 집중

본토 외 홍콩·비상장사도 챙겨

美반도체 탈피 AI모델 개발 매진

민감 자국정보 해외 제공도 막아

[로이터=연합뉴스 자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사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기술 자립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중국이 지난해 자국 반도체 기업에 2조 3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미국산 반도체에 의존하지 않는 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체 기술을 확보해 미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도 민감한 자국 정보에 대해서는 해외 싱크탱크의 접근을 차단하며 보안을 강화하는 추세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이지웨이닷컴이 본토에 상장한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정부가 지난해 190개 상장사에 총 121억 위안(약 2조 30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줬다고 보도했다. 특히 보조금을 받은 상위 10개사에 45%인 54억 6000만 위안(약 1조 400억 원)이 집중됐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에 대한 보조금이 19억 5000만 위안(약 372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발광다이오드(LED) 반도체 제조사 산안광전이 10억 3000만 위안(약 1970억 원), 반도체 패키징 기업 화톈커지가 4억 6700만 위안(약 890억 원)을 수령했다.



애플 공급 업체 원타이커지, 반도체 장비 회사 베이팡화창,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기업 룽손기술 등도 1억(약 190억)∼4억 위안(약 760억원)의 보조금 혜택을 누렸다.



보조금 혜택이 상위 업체에 집중되면서 하위 업체들은 회사당 약 20만 위안(3800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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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본토 상장 기업 외에 비상장사와 홍콩 증시 상장 기업도 직접투자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SCMP는 2월 말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70억 달러(약 9조 2400억 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을 비롯한 국영 투자가들이 투자했다.

중국의 제2파운드리이자 홍콩에 상장된 화훙반도체는 우시에 건설 중인 67억 달러 규모의 웨이퍼 공장에 정부 지원금이 지급됐다고 1월 공시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기술 자립을 지원하며 맞서고 있다. 시 주석은 집권 3기를 맞아 기술 자립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5일 시 주석이 주재한 제20기 당 중앙재경위원회 1차 회의에서도 핵심 기술 영역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자립자강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자체 기술로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 관련 논문과 바이두·화웨이·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기업 직원들을 통해 중국이 수급 가능한 구형 반도체로 최첨단 AI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저성능 반도체칩 여러 개를 결합해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안정성이 떨어져 미국 기업이 거의 쓰지 않는 ‘최후의 방식’이라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AI 연산의 집약도를 줄이는 등 소프트웨어적 해법으로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핵심 기술이나 제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자국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전략으로 반격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회계 업체와 경영자문 업체, 법률회사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압력을 강화한 데 이어 자국 데이터베이스에 외국 싱크탱크와 연구조사 업체 등이 접근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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