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업계 3위인 교보생명이 디지털 보험사인 카카오페이(377300)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한다. 교보생명은 손보업 진출을 통해 지주사 전환에 한걸음 다가가고 카카오(035720)페이손보는 설립 2년 만에 플랫폼 역량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본업에서도 고객 확보와 상품 판매 등에 있어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손보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말부터 인수를 위한 물밑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페이손보는 2021년 9월 카카오페이(60%)와 카카오(40%)가 총 1000억 원의 자본금을 투입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보험업 인가를 받으면서 지난해 4월 공식 출범했다.
교보생명은 인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5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의 구체적인 지분 양도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카카오 측도 계속 주요 주주로 남아 디지털 손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51%에 대한 인수가액을 600억~700억 원가량으로 보고 카카오 측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보생명과 카카오 측은 지분 양수도 계약이 체결되면 카카오페이손보 자본금을 현행 1000억 원에서 최대 4000억 원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손보의 자본 확충을 통해 보험사로서 자본 역량을 키우는 한편 교보생명의 대면 영업력과 카카오페이의 플랫폼 역량 간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도록 양사가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과거 손보업에 진출해 보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2001년 국내 첫 디지털 보험사였던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해 2001년 교보자동차보험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2007년 유럽 2위 보험그룹인 악사에 교보자동차보험 지분을 일부 넘겼으며 2009년에는 남은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손보업에서 손을 뗐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매각을 추진한 MG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PEF)인 더시드파트너스가 조성하는 펀드의 핵심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손보업 진출에 재시동을 걸기도 했다. 더시드파트너스는 MG손보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막판 가격과 부채에 대한 처리 등을 놓고 매각 측과 이견을 빚어 거래가 무산됐고 교보생명의 손보업 재진출 역시 물거품이 된 바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국내 최대 플랫폼인 카카오를 등에 업고 보험 업계의 메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안심보험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지난해 말 기준 금융안심보험 가입이 60건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보험료 수익이 2억 3000만여 원에 그치고 26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향후 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페이손보의 경쟁사인 캐롯손보와 하나손보·신한EZ손보 역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기는 하다. 이들 디지털 보험사의 대부분은 업력이 짧은 데다 젊은 고객을 겨냥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저렴한 보험 상품들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일반 상품보다 보험료가 낮고 가입 기간이 짧아 자산운용에 제약이 많은 실정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보험 상품 개발과 마케팅, 자산 운용, 손해사정 등 보험사 운영 전 과정에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사업 영역이 제한돼 있고 자체 보험 대리점(GA)도 없다”면서 “카카오페이손보와 손잡으면 디지털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면서 지주사 체제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보생명 측은 카카오페이손보 인수 추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고 카카오페이손보 측은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