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규제 풀리자…소형 아파트 분양가 3.3㎡당 2000만원 돌파[집슐랭]

원자재값 상승 겹치며 고공행진

60㎡ 4억…5년여만에 2배 뛰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처음으로 3.3㎡당 2000만 원을 돌파했다. 분양가 규제 완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분양가 고공 행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8일 부동산R114이 청약홈에 공개된 아파트 분양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99만 원이었다. 지난해 평균 1521만 원 대비 11.7% 오른 수준이다.

특히 60㎡ 이하 소형 평수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2017년 3.3㎡당 1198만 원이던 전국 소형 아파트 분양가는 2021년 1414만 원에서 2022년 1938만 원으로 가파르게 오른 뒤 올해 4월 2349만 원을 기록했다. 총 분양가 기준으로는 전용 60㎡ 아파트가 2억 1781만 원에서 4억 2709만 원으로 5년여 만에 두 배가 뛴 셈이다.

절대적인 분양 가격이 비싼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격 접근성이 높은 소형 평형에 수요가 몰리며 공급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전용면적 구간별 평균 청약경쟁률을 보면 60㎡ 이하가 8.24 대 1로 전체(5.78 대 1) 대비 크게 높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44.96 대 1, 수도권은 9.53 대 1로 지방(0.79대 1)보다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보수적으로 돌아서면서 분양시장도 가격 진입장벽이 낮고 수요가 많은 소형 평형 위주로 움직이는 추세"라며 "시장이 좋아지고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 국민평형(84㎡) 이상 중대형도 분양가가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분상제 해제로 수요 몰려…수도권 국민평형도 10억 훌쩍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 해도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끝없이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가 분양 논란이 일었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도 결과적으로는 싼 셈이 됐네요. 입주권 문의가 많아지면서 호가도 부쩍 올라 최소 5억 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분양 시장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귀띔했다. 실제로 이달 초 둔촌주공 전용면적 84㎡의 입주권은 17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청약 당시 분양가가 13억 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5개월여 만에 4억 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99만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1521만 원)보다 11.7%, 6년 전(1161만 원)에 비해서는 46.3%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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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약한 경기도의 아파트 값도 10억 원을 훌쩍 웃돌고 있다. 불과 2~3년 전 5억~6억 원이던 데서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주 분양을 시작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의 분양가가 10억 6000만~12억 3000만 원 수준임에도 1순위 청약에서 3.8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광명자이더샵포레나 역시 전용 84㎡의 분양가가 최고 10억 4550만 원에 달했으나 특별공급에서 2.64 대 1의 경쟁률로 선방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이나 용인 등 경기도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400만 원 안팎이었는데 최근에는 2000만 원 이상으로 훌쩍 올랐다”며 “특히 용인의 경우 정부의 반도체 투자 이슈가 부각되면서 추후 가격 상승을 기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소형 평수의 인기도 훌쩍 높아졌다. 지난해 7.21 대 1을 기록했던 전국 60㎡ 이하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올해 8.24 대 1로 올랐다. 특히 가격 부담이 큰 서울(13.81 대 1→44.96 대 1)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강남·용산 4구 빼고 분양가상한제 폐지…원자재 값도 상승 요인


올해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 것은 연초 규제지역 해제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곳으로 축소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입지와 상품 특성, 향후 개발 계획, 금융 비용 등을 기준으로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보정비율을 정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시장가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억눌렸던 분양가가 ‘키 맞춤’을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평균 1934만 원으로 지난해(1774만 원) 대비 9% 올랐다. 지방 아파트도 지난해 평균 1371만 원에서 올해 1476만 원으로 7.7% 상승했다.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공사비도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주택 사업에서 건축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이다. 대지비를 따로 내지 않는 정비사업의 경우 건축공사비 비중이 60~70%까지 높아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2월 말 기준 149.90까지 상승해 2년 전(124.35) 대비 약 20%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재개발 등 이미 분양을 마친 정비사업장에서는 공사비 급증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격화하는 사례도 늘었다. 추가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입주를 금지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국평 아파트도 10억 원까지 치솟아…“청약 메리트도 갈수록 사라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도권 인기 지역의 분양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개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새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규제를 피해 고가 분양을 하는 단지들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분양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택했던 여의도 브라이튼 아파트는 올해 분양가상한제가 해제된 후 3.3㎡당 최고 9000만 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임대 후 분양으로 올해 10월 입주 예정이며 분양(전환) 시기는 내년 4월이다. 당초 상반기 분양 예정이던 용산구 유엔사 부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역시 분양가 산정을 앞두고 후분양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대규모 재건축을 앞둔 압구정의 경우 이미 구축 아파트의 가격이 3.3㎡당 1억 원을 찍은 만큼 규제가 풀리면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당장 규제지역 해제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그렇다 보니 희소성이 있어 분양 경쟁률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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