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부패 혐의로 9일 전격 체포됐다고 지오뉴스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올 10월 총선을 앞두고 불안정한 파키스탄 정치 상황이 불확실성을 더하게 됐다.
현지 언론들은 파키스탄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책임국(NAB) 요원들이 이날 보석을 요청하기 위해 수도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 청사에 출석하려던 칸 전 총리를 체포했다고 전했다. 소셜 미디어 등에 올라온 체포 당시 영상을 보면 칸 전 총리와 지지자들이 전국적 시위를 촉구하자 보안요원 10여 명이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한 가운데 그를 밴에 태워 데려갔다.
이슬라마바드 경찰청 고위 간부인 아크바르 나시르 칸은 이날 칸 전 총리의 체포 사실을 확인하면서 현장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라나 사나올라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로이터통신에 칸 전 총리가 누차에 걸친 연방수사국의 출두 요구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아서 NAB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칸 전 총리는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 취임했으나 작년 4월 의회 불신임 투표 결과 퇴출당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경제가 망가진 데다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기는커녕 여러 건의 부패 혐의에 연루돼 있다. 그가 관련된 부패 사건만 해도 외국 관리에게서 받은 고가 선물 은닉, 부당 이득 취득 등 100건이 넘는다.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관련 혐의를 인정하며 칸 전 총리에 대해 5년간 공직 박탈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파키스탄 연방수사국은 칸 전 총리를 부패 혐의로 여러 차례 소환하고자 했으나, 그는 불응했을 뿐 아니라 재판 출석도 거부했다. 그는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이끌고 대규모 시위를 벌여왔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는 그가 체포되자 트위터에 “파키스탄 국민 여러분, 지금이 조국을 구할 때다. 다른 기회는 없을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PTI의 간부 무라드 사이드는 “칸은 고문당했고 체포됐다”며 모든 당원과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