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안정’이라는 슬로건으로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한다. 요란한 유세전보다는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전통적 지지 기반인 유색인종과 노동조합을 포용하는 쪽으로 주요 선거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령, 낮은 지지율, 미국을 덮친 경기 침체 리스크가 바이든 대통령 앞에 장애물로 놓여 있다.
8일(현지 시간)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 바이든 대통령 측근들과 외부 그룹을 며칠간 비공개로 만나 재선 전략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백악관은 내년 재선을 ‘안정 대 혼돈’의 구도로 끌고 가기로 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백악관의 이 같은 전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후보가 난립한 공화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공화당 후보들이 서로 물고 뜯는 것을 방치해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의 안정감을 더 돋보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취했던 ‘주목받지 않는 대통령’ 전략과 유사하다고 더힐은 분석했다. 민주당의 내년 대선 후보가 분열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것도 이 같은 ‘안정’ 전략이 가능한 이유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의 캠페인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백악관 선임고문이 캠프로 이동하는 이달 중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설적인 노동계 지도자 세자르 차베스의 손녀인 그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에 몸담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에서 가장 고위직에 있는 라틴계 여성이 미국 정치에서 가장 강렬하고 세밀한 역할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선대위원장의 출신에서 알 수 있듯이 바이든 대통령의 또 다른 전략은 유색인종과 노조 끌어안기다. 백악관은 이미 노조,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룹, 히스패닉, 아시아계 미국인 그룹 등과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전통적인 흑인대학(HBCU)이자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인 하워드대에서 졸업식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선 도전을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이 맞닥뜨린 정치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낮은 지지율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36%로 취임 이후 최저치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6%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조사에서 유권자의 60% 이상은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적 건강과 인지능력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잇따른 금리 인상과 미국 은행들의 대출 기준 강화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악의 시기에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공화당과 대립 중인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레이스에서 첫 번째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미 정치권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