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美서 통한 수제 막걸리, 日사케 만큼 키워야죠"

미국의 막걸리 스타트업 '술' 이끄는 캐럴박 대표

글로벌 주류사 입사후 막걸리 처음 접해

퇴사후 창업, 美 최초 수제제품 선보여

300만캔 팔았지만 코로나로 위기도

소주 제품으로 새 카테고리 개척

우리 술 알리는데 힘 보탤 것





미국 뉴욕의 한인 이민자 밀집 지역인 플러싱(Flushing)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 한국과 관련한 사업을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만 한국의 가장 오래된 술인 막걸리를 미국 뉴욕에서 파는 미래는 그려본 적이 없었다. 알코올을 일컫는 한국 단어 ‘술(Sool)’을 사명으로 두고 막걸리 베이스의 알코올 음료 ‘마쿠(Makku)’와 소주 베이스의 ‘소쿠(Soku)’ 브랜드를 미국에서 전개하고 있는 캐럴 박(한국명 박지영) 대표의 이야기다.



박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막걸리와의 인연은 겹친 우연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뉴욕시청과 뉴욕시 산하 비영리 재단 등에서 경험을 쌓다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를 밟은 후 세계적인 주류 회사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I)’에 입사했다 . ABI의 혁신및신제품개발팀에서 근무하며 주류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연구하던 2017년 우연히 중국 출장이 잡혔고 그 김에 한국에도 잠시 들렀다가 수제 막걸리를 처음 맛봤다.

“당시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새로운 종류의 소비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양상이 뚜렷했기에 음료 카테고리에서도 혁신을 일으킬 만한 색다른 음료를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막걸리는 일본의 ‘니고리자케(침전물이 있는 탁주)’를 제외하고는 시중에서 겹치는 카테고리가 전혀 없을 정도로 독창성이 있는 데다 달콤한 저도주(low-ABV)에 탄산도 있어 새로운 유행에 꼭 맞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다 싶은 생각에 박 대표는 곧장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한 2년의 시간을 보낸 후 2019년 첫선을 보인 미국 최초의 수제 막걸리 ‘마쿠’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박 대표는 “초기에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비아시계 소비자들도 마쿠를 찾았다”며 “때마침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가 늘어나고 한식을 포함한 한국 문화가 유행하면서 미국 내 레스토랑에 마쿠가 등장할 기회를 얻게 된 것도 행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마쿠는 론칭 이후 미국에서 300만 캔 이상 팔렸고 ‘뉴욕에서 온 막걸리’라는 유명세를 타고 국내 주류 매장에 역수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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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마쿠에도 시련이 찾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박 대표는 “마쿠는 한국 양조장에서 제조해 미국에서 유통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되는데 코로나19로 해상 운임료가 4배 이상 상승하며 마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기억했다. 도시 봉쇄로 레스토랑들이 일제히 문을 닫은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술’의 두 번째 브랜드인 ‘소쿠’는 이런 고통 속에서 탄생했다. 판매의 중심을 레스토랑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새 브랜드가 필요했다. 또 코로나19 등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미국 내 생산·유통을 완성,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박 대표는 “소쿠는 미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음료 카테고리 중 하나인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칵테일 음료) 제품으로 미국에서 직접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며 “마쿠의 성장에 초점을 두되 RTD 카테고리의 변화에 집중하며 소쿠의 성장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힘겨운 시간을 버틴 ‘술’은 최근 새로운 성장의 변곡점을 맞게 됐다. 미국 타임사에서 발행하는 미식 잡지 ‘푸드&와인’이 뽑는 ‘2023년 음료 혁신가(Drinks Innovator)’ 9명 중 한 명으로 박 대표가 선정된 것이다. 박 대표는 “막걸리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우리의 미션에 회사와 고객 외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어 힘겨움을 느낄 때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마침내 우리의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상으로 매년 콜로라도 애스펀에서 열려 전 세계 유명 셰프와 미식가들이 참석하는 ‘푸드&와인 클래식’에 초청받아 축제 내내 우리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마쿠·소쿠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쿠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주류 배달 플랫폼 드리즐리(Drizly)가 집계하는 판매량 통계에서 2년 연속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 소유 브랜드 중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린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이 사케로,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와인으로, 스코틀랜드가 스카치위스키로 유명한 것처럼 한국도 우리 고유의 술인 막걸리와 소주가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한류와 함께 한국 술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저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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