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0일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세 번째 협상에서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전국 각지의 많은 피해자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주거 난민’이 될 위기에 처한 시급한 상황에도 여야는 지원 범위와 방식을 두고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이달 중 본회의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전세사기특별법안 3건을 병합 심사한 결과 합의안 도출을 위해 16일 한 차례 더 소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야당이 제시한 정부가 보증금 채권을 매입해 세입자 보증금을 보전하는 방식에 대해 정부 여당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야당은 보증금 최우선변제권의 범위를 확대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최우선변제권은 다른 담보권자보다 보증금 일부를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로 임차한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야당은 최우선변제권 적용일을 첫 계약일로 소급하고 변제금을 확대하는 등 특례 적용을 통해 피해 구제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했다. 경·공매 시 우선매수권 부여 및 우선매수권 대위 행사를 통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 매입 등을 골자로 한 정부안으로는 피해자 구제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정부 여당은 이러한 소급 적용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정재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은 “다른 사기 피해와의 형평성이나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야 해 소급 적용이 쉽지 않다”며 “(제도의) 소급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 다음 회의 때 실효성 있는 의견을 찾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그간 세 차례의 회의를 통해 피해 대상에 대한 구제 범위를 확대하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여전히 세부 내용에서 이견이 남아 있다. 따라서 16일 소위에서도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이날 소위 종료 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많은 부분을 수용했지만 여전히 피해 범위가 협소하다”며 “채권 매입을 통한 선구제 방식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에 대상 범위 확대나 보증금에 대한 사회보장 차원의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주거 취약 계층에 제공하는 공공임대·매입임대 주택을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최대 20년간 저리로 장기 임대해주는 것은 간접 지원이고 다른 지원 방식들도 있다”면서 “저희가 어떤 지원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보증금 반환에 대한 국민 저항과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간접 지원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