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첨단기술동맹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한미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세계적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 교수는 양자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영화 스타워즈의 초공간 이동기술인 ‘워프(Warp)’도 가능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영화 속 기술 구현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현재 세계 각국이 관련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는 것은 미래 게임체인저인 양자기술의 잠재력에 모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이 양자기술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놀라운 성과 중 하나였다.

최첨단 먹거리 산업을 한미 양국이 함께 육성하기로 한 것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기존 군사·경제동맹에서 ‘첨단기술동맹’으로 진전됐음을 시사한다. 첨단기술동맹이 갖는 경제적 의미는 상당하다. 양국은 이번에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의 상호 호혜적인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단순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산업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차원을 넘어선다.



양국 간 합의 사항에는 민관 협력포럼 신설을 비롯해 차세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첨단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3대 유망분야 중심 협력 프로젝트 발굴과 같은 적극적 공조 방안이 폭넓게 포함돼있다. 이를 통해 양국 간 협력 채널의 참여 범위가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 등으로 확대되고, 반도체 유망분야에서의 연구개발과 인력교류가 함께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첨단산업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약속한 것은 양국이 서로를 핵심 파트너 국가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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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이 차세대 기술 협력을 총괄하는 고위급 대화 채널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한 것도 의미가 크다. 양국 간 첨단기술 분야 공동연구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도 50건이나 체결했으며, 이 중에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 경험을 우리와 공유하는 협약도 포함돼있다.

우주·양자 분야에서 공동성명서에 서명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우주 광물자원 개발, 우주관광 등 파생산업 기대 등으로 우주 산업규모는 2030년 1조1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간 협력으로 우리나라가 첨단산업 분야 국제기술 표준을 선점할 경우 미래 경제를 주도할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넷플릭스 등 세계 유수 기업들과의 접촉을 통해 5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역대 방미 투자 유치 중 최대 규모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의 성공적 세일즈 외교로 평할 만하다. 투자의 내용도 건실하다. 수소·반도체·소재과학 등 첨단산업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K콘텐츠라는 문화산업 분야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소프트 파워에도 주목해 산업과 과학기술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양국 협력의 외연을 확장시켰음을 말해준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얻은 귀중한 성과들을 적극 활용해 변해가는 국제정세의 돌파구로 삼을 계획이다. 확장된 한미동맹의 성과가 미래 세대들에게 기회의 플랫폼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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