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일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여당 측이 ‘오염수’를 ‘오염 처리수’로 용어를 바꾸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는 용어 변경 계획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후쿠시마 농산물 수입 재개 또한 오염수 방류와 무관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TF 소속의 한 의원은 11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 9일 TF 회의에서 용어를 ‘오염수 방출’이 아니고 ‘오염 처리수 방출’로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일본 오염수 정화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안정성이 유효함을 최종 확인할 경우 오염수가 아닌 ‘오염 처리수’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 타당하는 주장이다.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도 이날 라디오(SBS) 인터뷰에서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일본은 ‘알프스 처리수’라는 명칭을 쓴다.
정부는 “용어 변경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TF 관계자는 “9일 회의에서 그런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가 호응한 것은 아니다”며 “정부는 일관되게 ‘오염수’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9일 회의에서 정부 관계자는 “국제 상황을 살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IAEA가 일본의 정화 시스템에 합격점을 줄 경우 용어 변경 검토는 불가피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방사능 수치에 따라 용어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정화수를 ‘오염수’로 부르기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추후 생각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기와 맞물려 야권에서는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제한 폐지 우려를 띄우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방류와 농수산물 수입 재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는 식품 오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 요인을 고려해 기준치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고로 오염됐던 해양 등 생태계가 복원 여부 증거가 수입 재개의 기준이다. 정화수 투입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28개 어종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자 일본은 차별이리며 소를 제기했고 2019년 WTO는 일본의 패소를 결정한 바 있다.
한편 한일 외교 당국은 12일 시찰단 파견을 위한 실무 협의를 서울에서 진행한다. 시찰단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전문가가 포함될 예정으로 정부는 이달 18일 시찰단 인적 구성, 조사 범위 등을 최종 확정해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시찰단이 우선적으로 정화된 오염수의 방사능 수치가 일본의 주장과 동일한지 확인하고, 희석 농도 계산 모델, 방류 시설 설계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가 우리 국민과 해양에 끼칠 영향에 대해 원자력 학계는 “과한 공포”라고 단언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라며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 삼중수소 총량은 한 해 동안 동해 바다에 빗물로 떨어지는 삼중수소의 양과 동일하다”며 국민 건강, 국내 해양에 끼칠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