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 수출로 속여 필리핀에서 국내로 8만 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필로폰, 엑스터시 등 마약류를 밀반입 해 유통한 조직과 투약사범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용산경찰서는 필리핀에서 마약류를 들여와 국내에 대량 유통한 조직의 자금 및 유통관리 총책 A(48)씨 등 유통·판매책 1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들 중 8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가상화폐나 무통장 입금으로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5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상습투약자 1명을 구속했다고 전했다.
검거된 총책 A씨는 2019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마약류 국내 밀반입 혐의로 2022년 9월에 인터폴의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같은 해 10월 필리핀 은신처에서 A씨를 검거하고 이달 4일 국내송환 해 6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검거 과정에서 필로폰 535g, 합성대마 476g, 엑스터시 167정, 케타민 163g 등 마약류와 현금 1400만 원의 범죄수익금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성인용품 수출로 가장해 2021년 11월부터 약 4개월 동안 마약류를 국내로 반입했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제목으로 유통 및 판매책을 모집하고 가상자산이나 고속버스터미널 무인 보관소를 이용해 대금을 지급했다.
마약 유통에 동원된 이들은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판매자가 직접 찾아가도록 하는 이른바 ‘던지기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수사도 이들 마약 유통책을 조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유통책 C씨는 지난해 2월 용산구 일대의 한 주택에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숨기고 심리적 압박을 느껴 자수했다. 이후 C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통책의 수고비나 마약 판매 대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관리책 B씨와 그 윗선으로 지목된 A씨의 신원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해 검거에 성공했다.
한편 경찰은 송환된 조직 총책 A씨에 대해 집중 수사하던 중 범죄수익금 중 일부를 자금관리책 B씨 등 타인 명의의 코인 계좌와 일반 계좌에 이체해 필리핀 현지 카지노 등에서 필리핀 페소화로 환전하는 방법으로 범죄수익금을 반출한 사실을 추가 확인하고 수익금을 챙긴 또 다른 총책 P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강제 송환을 추진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P씨는 A씨가 2019년 필리핀으로 정착한 이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인물로 마약 관련 전과가 없던 A씨를 마약 밀반입 범죄의 자금 및 유통관리 총책으로 포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한 중요 범죄자를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끝까지 추적하여 검거하고 구속한 사례다”며 “국민의 일상을 파과하는 마약류 유통범죄자들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