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드라이버가 깨지는 불운도 노승열(32)을 막지 못했다. 반대로 드라이버가 멀쩡했다면 ‘꿈의 59타’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노승열은 12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크레이그 랜치TP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 달러)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9개로 11언더파 60타를 쳤다. 8언더파 공동 2위 애덤 스콧(호주), 더우쩌청(중국)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라 9년 만의 PGA 투어 2승 기대를 품어볼 만하다. 노승열은 2014년 취리히 클래식이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다.
7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리던 노승열은 12번 홀(파4) 티샷을 하고는 드라이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휘는) 드로 구질을 치려 했는데 그냥 오른쪽으로 쭉 가버리더라”는 설명. 헤드 페이스를 봤더니 실금이 가 있었다. 하지만 골프 규칙상 그 정도로는 클럽을 교체할 수 없었다.
그 홀을 겨우 파로 막은 노승열은 13번 홀(파4)에서 금이 간 드라이버로 티샷한 뒤에야 경기 위원으로부터 바꿔도 좋다는 판정을 받았다. 쑥 들어갈 정도로 페이스의 균열이 뚜렷했다. 이 홀도 파로 넘긴 노승열은 14번 홀(파4)에서 3번 우드 티샷으로 버디를 잡은 뒤 백업 헤드로 즉석에서 교체하고 남은 경기를 치렀다.
60타는 코스 레코드 타이이자 노승열의 개인 최소타다. 퍼트 수가 21개에 불과할 정도로 그린 플레이가 잘 됐다. 11번 홀(파4)에서 12m 버디를 넣고 16번 홀(파4)에서는 8m 파 퍼트에 성공했다. 17번 홀(파3) 10m 버디도 멋졌다. 이날 넣은 퍼트 거리를 다 더하면 54m에 이른다. 한 해설자는 “웬만한 선수의 나흘간 퍼트 거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 대회 3연패 도전자인 이경훈은 1언더파 공동 89위로 출발했다. 세계 랭킹 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7언더파 공동 4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