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돈이 조성되고 뿌려지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게다가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돈의 출처와 관련한 진술도 확보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달 중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윤관석·이성만 의원 측과 검찰 출두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앞서 8일 구속한 강 전 위원을 연일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르면 내주 중 이들 두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예상된다.
검찰이 윤석관·이성만 의원을 향후 소환조사하면서 예의주시할 부분은 돈이 마련되고, 살포되는 과정에 이들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여부다. 두 의원이 각각 다른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하거나, 선거 관계자에게 건넬 자금 마련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등 의혹의 한 가운데 서 있기 때문이다. 강 전 위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캠프 지역본부장에게 돈을 주도록 하는 등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그는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된 돈봉투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사업가 김모(60)씨로부터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제공될 돈을 마련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송 전 민주당 대표 캠프에 있던 강 전 위원 요구에 따라 수천만원을 마련,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모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 소환을 앞두고, 돈의 출처나 뿌려지는 과정에 대한 진술 등 증거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셈. 검찰이 돈봉투 의혹의 공범간 관계, 수수자 명단 등을 단계적으로 수사하면서 차츰 정치자금법 위반까지 수사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윤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시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자금 출처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강 전 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치 않았다. 정당법 위반 혐의이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위반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나와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여기에 송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자금을 조달했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수 있다. 검찰은 앞서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 등 압수수색 영장에 송 전 대표를 돈봉투 살포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고 전해졌다. 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록에 송 전 대표가 직접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말이 담겨있다고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두 현직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르면 내주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은 현역 의원을 불러 돈봉투가 뿌려지는 과정은 물론 윗선 지시가 있었는지까지 조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시에 송 전 대표가 해당 의혹에 연루됐는지 또 따로 자금을 조성했는지까지도 수사에 나설 수 있다”며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사정 칼날을 송 전 대표에게 드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전 위원 신병을 확보해 오는 27일까지 구속 수사가 가능한 만큼 이 기간 동안 현역 의원을 넘어 송 전 대표까지 직접 조사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