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비극이지만 희극 같은…인간 군상의 흥망성쇠

◆ 국립극단 연극 '벚꽃 동산'

김광보 단장, 체호프 작품 첫 연출

호평 쏟아지며 전석·전회차 매진

1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벚꽃 동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광보 연출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극단1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벚꽃 동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광보 연출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극단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고대 동양의 고사지만, 백여년 전 러시아에서도 통용이 가능한 말이었나 보다. 러시아의 대표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하나이자 유작인 ‘벚꽃 동산’에서 관객들은 부와 권력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1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벚꽃 동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체호프를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인생을 성찰하는 극의 내용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보며 관객 분들이 자신의 삶을 투영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벚꽃 동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출 김광보·배우 백지원·이승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극단1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벚꽃 동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출 김광보·배우 백지원·이승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극단


고향으로 돌아온 몰락 귀족 라네프스카야 역은 배우 백지원이 열연한다. 백지원은 “라네프스카야는 벚꽃 동산이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물”이라며 “인물의 웃음 뒤에 깊어져 가는 불안과 상실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다진 백지원은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작품은 러시아 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변화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귀족들과 변화를 받아들이고 부를 창출한 농노와 상인, 또 주인에게 충성을 끝까지 다하는 하인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작품의 매력이다. 김 연출은 “비극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이 작품을 희비극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극과 희극의 역설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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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벚꽃 동산’의 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단연극 ‘벚꽃 동산’의 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단


체호프의 대표작인 만큼 다양한 형태의 ‘벚꽃 동산’이 지난 백여년 간 무대에 올랐다. 다른 연출과의 차별점에 대해 김 연출은 “유리를 세트로 세워 공연 중 배우의 뒷모습이 유리에 비쳐 보인다”며 “뒷모습까지 배우들이 연기해야 하는 등 부담이 있지만 관객이 거울에 자신을 투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연극 ‘벚꽃 동산’의 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단연극 ‘벚꽃 동산’의 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단


작품 연출에 사회적 의미나 의도가 있냐는 질문에 김 연출은 “동시대성과 맞물려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지만, 쓸쓸함마저 느껴지는 각색된 작품의 결말을 보면 관객들은 일말의 공통된 감정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충직한 하인 피르스는 “살긴 살았지만 도무지 산 것 같지 않아. 다 가버렸어.”라고 이야기하며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변화를 거부해 비극을 맞이하는 피르스의 마지막 모습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 빠른 적응에 대한 필요성을 되새길 수밖에 없다.

작품에 큰 인기에 이미 전 회차의 전석은 매진됐다. 2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벚꽃 동산’의 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단연극 ‘벚꽃 동산’의 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단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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