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수산화리튬 반토막에…K배터리가 웃는 '3가지 이유'

■톤당 4.2만弗, 두달만에 42%↓

배터리값 내려 中과 격차 좁히고

해외 생산능력 확대 실적개선 기회

리튬 등 中 의존 완화에도 긍정적

하얀 색의 리튬 소재. AP연합뉴스하얀 색의 리튬 소재. AP연합뉴스




K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 가격이 두달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주요 원자재 하락으로 인해 한국 배터리 제품 가격도 2분기부터 최대 10%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번 가격 하락을 실적 개선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 격차를 좁히고 생산량을 늘려 매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수산화리튬 가격(1개월 선물 기준)은 지난 12일 기준 톤당 4만2043달러(약 5610만 원)를 기록했다. 2달 전(3월 7일)의 7만2630 달러와 비교해 42.1%나 하락했다.

수산화리튬은 탄산리튬을 한번 더 가공한 소재로 한국 배터리 업계가 생산하는 전기차용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 급락세는 중국에서 리튬 공급 과잉이 발생한 여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은 지난 2월 탄산리튬을 당시 시세의 절반 미만인 톤당 20만 위안(약 3830만 원) 수준으로 전기차 기업들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톤당 60만 위안에 육박했던 탄산리튬 가격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고 결국 10만 위안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리튬 가격에 연동되는 배터리 판가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리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리튬 가격이 내리면 배터리 가격도 떨어진다. 2분기부터 배터리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5~10% 수준으로 판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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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탄산리튬 재고가 늘어나면서 한국이 주로 쓰는 수산화리튬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2분기부터 K배터리 판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배터리 가격 하락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지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한국 배터리의 평균 판가는 kWh(킬로와트시)당 157달러로 중국(135달러)보다 14%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까지 벌어졌던 한국과 중국 간 배터리 가격 격차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좁혀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배터리는 해외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며 실적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달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배터리 업체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윤태 삼성SDI(006400) 상무는 “(메탈 가격 하락으로) 일시적인 손익 영향은 있겠지만 분기, 연간 단위로 볼 때는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판가 하락이 전기차 가격 인하 요인이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수요 확대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반값 전기차 등 전기차 가격 경쟁이 거세지면서 저가형 배터리에 대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수산화리튬 가격 하락은 K배터리의 중국 의존도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21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0.3% 급증했으며 이 중 중국산 비중은 90%에 육박했다.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키우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전 세계 리튬 가공 분야에서 중국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리튬 공급망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면서 “리튬 가격이 떨어지면 배터리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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