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5일 재정 준칙 도입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이틀간의 경제재정소위원회 일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재정 준칙 법제화를 통해 국가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1분기에만 세금이 24조 원이나 덜 걷힌 데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4조 원에 달했다. 재정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으므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낮추도록 규율하는 재정 준칙 도입은 한시가 급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소위 안건 중 재정 준칙 도입 관련 법안인 국가재정법 개정안 논의 순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밀렸다. 첫 번째 안건은 더불어민주당이 처리를 요구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다. 좌파·친야 조직이 대다수인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수조 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방만한 재정 운용을 막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법안보다 우선시된 것이다.
민주당은 “재정 건전성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확장 재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재정 준칙 도입에 미온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노린 퍼주기 정책을 계속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심지어 재정 준칙을 법제화하려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운동권 세력에 대한 퍼주기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포퓰리즘 법안을 방만한 나라 살림 운용을 막기 위한 재정 준칙과 연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게다가 당리당략을 위해 주요 입법을 거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재정 준칙 법제화가 최악의 적자 위기에 처한 재정을 당장 건전하게 만들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포퓰리즘 정치에 휘둘려 파탄나지 않도록 막아내기 위한 방어기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 채무(D1)가 1000조 원을 넘어섰는데도 정치권은 총선에서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선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야가 담합해 영호남·충청권의 지방 공항 건설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다. 여야는 사탕발림 공약 경쟁을 멈추고 국가 경제의 지속성과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 준칙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