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임금 삭감 폭이 지나치게 클 경우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첫 승소 사례인 만큼 유사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정회일 부장판사)는 KB신용정보 전현직 근로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피크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KB신용정보에 원고들이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에 받지 못한 급여와 퇴직금 미지급분 5억 4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KB신용정보는 2016년 2월 만 55세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했다. 대신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는 연봉의 45~70%를 업무 성과와 연동해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근무 기간은 늘어났지만 해당 직원들은 업무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더라도 더 적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판부 역시 이런 점을 지적해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무 기간이 2년 더 늘어났음에도 임금 총액은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근로자의 임금 삭감 폭이 크면 무효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재판은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 대부분이 정년 유지형이 아닌 정년 연장형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