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의 여파에 따른 실적 개선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미국·유럽에 비해 경제 여건이 양호하다는 분석도 작용했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대비 0.73% 오른 2만 9842.99로 장을 마쳤고 토픽스지수도 0.5% 상승한 2125.45에 마감했다. 이날 토픽스지수는 1990년 8월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주가지수는 1989년 말 사상 최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닛케이225지수는 1989년 12월 3만 9000선에 육박했지만 버블 붕괴의 여파로 2003년에는 7000선까지 주저앉았다. 토픽스 역시 1989년 말 2800선을 넘었지만 이후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3대 경제국인 일본이 미국·유럽에 비해 경제 상황이 괜찮고 일본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닛코자산관리의 존 베일 수석글로벌투자전략가는 “일본 국내외 투자자들이 미국·유럽보다 일본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일본은 당장의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해 있지도 않고 주가도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달 취임한 후 돈 풀기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우에다 총재는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고 이에 달러 대비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주식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점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일본 종합상사를 “앞으로 100년을 넘어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