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원전 생태계 부활의 전제조건

박대영 리얼게인 대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미국이 원전 2기의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원전을 운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건강한 원전 생태계이고, 이 생태계를 굳건히 떠받치는 공급망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건강한 원전 생태계가 존재하는가. 원자력산업협회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회의적이다. 원자력 관련 분야에서 1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절반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강한 원전 생태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세기 전, 우리나라는 외국 기술에 의존해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했다. 이후 차근차근 국산화를 이룬 끝에 ‘APR1400’이라는 한국형 원전도 개발했고, 해외에서 안전성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에 우리 원전을 수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원전 관련 중소기업들의 꾸준한 국산화와 기술개발이 있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서 3월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계약을 했다. 15일 두산에어빌리티의 경남 창원공장에서는 핵심 기기의 제작 착수식이 열렸다. 원전업계에 앞으로 10년간 총 2조 9000억원 규모의 일감이 공급된다. 침체된 원전 생태계에 소중한 단비가 내린 것이다. 우선 원전 생태계의 급한 불은 껐지만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연구개발(R&D)을 통한 생태계 자생력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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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를 통한 기술개발과 국산화는 결국 국내 매출 증대는 물론 해외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원전에 집중하면서 국제 원전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관련 기술 경쟁도 뜨겁다. 우리 기업들이 하루빨리 기술을 개발한다면 원전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80년의 수명 기간 원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태계와 공급망이 필수적이다. 전체 산업체의 50%를 넘는 중소기업의 성장 없이는 원전산업의 영속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전체 산업구조를 살펴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비율이 80%를 넘는 우리나라는 원천적으로 수출을 통한 성장만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수출을 통한 성장은 정부와 공기업이 벤치의 감독이 돼 R&D 분위기를 고취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가능하다. 또 수출의 첨병이 되는 기업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기술개발과 비즈니스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수익의 실현과 성장이라는 이득이 주어질 것은 자명하다.

탈원전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잘 지나온 원전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원전 생태계 지원책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다. 하루 아침에 원전 건설이 취소됐던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 법이다. 이런 뼈아픈 경험이 원전 산업계를 더 굳건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련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원전업계 종사자 모두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고 꾸준한 R&D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바로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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