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산업의 진입 장벽은 굉장히 높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로마네 꽁띠를 사고 싶다고 그들이 팔아주지 않습니다. 과거에 로마네 꽁띠를 샀던 이력이 있어야 하죠. 이처럼 와인 산업은 돈이 많으냐 적으냐가 아닌 전통과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게 특징입니다.”
와인유통사 국내 1호 상장에 도전하는 나라셀라의 마승철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셀라는 C레벨(직책별 최고책임자)을 중심으로 와이너리의 전통과 개성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소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 대표는 “상장을 계기로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미개척 와이너리를 발굴하고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리미엄 와인 확보에 적극 나설 것”라고 강조했다.
와인 수입·유통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상장은 전례가 없던 만큼 나라셀라의 기업공개(IPO)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라셀라는 3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희망 공모가 범위를 2만 2000~2만 6000원으로 적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때 기업가치 산출을 위해 선정하는 유사기업(피어) 그룹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였는데 피어 그룹에 포함된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005300),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기업들에 대한 적절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나라셀라는 증권신고서만 4번 정정하며 공모 일정을 한 달 가량 늦췄고 그 과정에서 공모가 범위도 2만~2만 4000원으로 낮췄다. 다만 적용 PER은 22.6배로 비슷했다. 마 대표는 “아쉽지만 (와인유통사로 상장하는)첫 번째 회사다 보니 기준을 잡을 수 있는 회사가 많이 없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1990년 와인수입 전문회사로 설립된 나라셀라는 2015년 말 당시 물류회사 오크라인(현 나라로지스틱스) 대표였던 마 대표가 인수하면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마 대표는 나라셀라 인수 후 직접 해외 유명 와이너리를 돌며 네트워크 확장에 집중했고 인수 당시 180억 원 수준의 매출은 지난해 말 1072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은 120억 원, 당기순이익은 89억 원이다. 마 대표는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은 23병인데 우리나라는 1.6병”이라며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셀라는 칠레의 '몬테스 알파' 와인을 단일 독점하는 수입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현재 몬테스 알파를 포함해 총 10개 브랜드의 22개 제품에 대한 국내 독점 공급권을 보유하고 있다. 나라셀라와 거래 중인 121개 와이너리 중 10년 이상 장기 거래하는 비율은 38%(46곳)에 달한다. 마 대표는 “이들이 신규 와이너리에 나라셀라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추천하고 있다”며 “기존 거래처와 쌓아온 신뢰가 영업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쟁사들이 앞설 수 없는 나라셀라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나라셀라는 이번 공모를 통해 290억~348억 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288억~1545억 원이다. 조달 자금은 △도심형 물류센터 구축 △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리테일 매장 확대 △디지털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 △미국 현지 와인 재고 확보 및 물류센터 확보에 따른 해외법인 운영자금 △와인문화공간 구축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마 대표는 "와인문화를 보급해 생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게 나라셀라의 성장전략 중 최고의 모토"라며 "새로운 형태의 유통 구조를 만들고 위스키, 코냑, 증류주 등 카테고리를 넓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셀라는 이날까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공모가를 확정해 오는 22~23일 일반 청약을 실시한다. 주관사는 신영증권(00172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