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사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금전적 지원으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은 ‘폰지사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7일 콜먼 교수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심포지엄 초청 강연에서 “단순한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케임브리지 세인트존스칼리지 학장을 지내며 40년 이상 인구문제를 연구한 그는 2006년 한국을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강연에서 그는 “한국은 극단적으로 비혼 출산이 적은 나라”라며 “2750년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인이 3000년에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이 훨씬 먼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콜먼 교수는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그는 “출산율이 높은 주요 선진국의 경우 비혼 출산은 전체 출산의 30% 이상”이라며 “비혼 출산이 아니었다면 이 국가들도 높은 출산율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먼 교수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2.0명인 프랑스의 비혼 출산 비중은 60%, 영국(1.89명)은 50%, 미국(2.0명)은 40% 이상이다.
출산 장려를 위해 경제적 지원에 매달리는 것은 일시적 효과만 가져올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16년간 약 28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썼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며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포괄적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콜먼 교수는 “프랑스와 스웨덴은 1970년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로 출산율이 떨어졌지만 1980년대 이후 출산율이 회복됐다”며 “그 중심에는 가족 친화적 노동시장 개혁,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정책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