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도 한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쿨푸드' 시장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날씨가 최고 영업사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온은 냉면과 아이스크림 등 여름철 먹거리 매출로 직결된다. 게다가 올해는 슈퍼 엘니뇨로 인한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고 있어 식품 업계는 여름 상품 관련 기획전을 앞당기고, 전략적 판촉 제품을 확대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7일 GS25에 따르면 서울의 최고기온이 평균 25.3도였던 이달 2주차(5월9~15일) 아이스크림 매출은 21.9도였던 1주차(5월 2~8일)대비 55% 증가했다. GS25 관계자는 "해당 기간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아이스크림 매출도 15%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컵얼음 매출은 72% 증가했다. 이온음료와 생수 매출도 각각 61%, 50% 늘었다. 때 이른 불볕더위가 찾아오자 도심이나 일부 관광지에서 더위를 피하고자 시원한 먹거리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효과로 풀이된다.
기상학계에 따르면 슈퍼 엘니뇨 등 기상이변에 올여름은 무더위와 집중호우가 함께 동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역대 최고 더운 해로 기록된 2016년에 버금가는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먹거리와 비는 상극관계"라며 "장마가 찾아오기 전 5~6월 반짝 더위 특수를 최대한 활용해 매출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냉면 간편식 시장이다. 냉면은 6~7월 매출이 1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날씨가 얼마나 더운 지에 따라 판매량이 좌지우지 된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등에 따르면 국내 냉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20년 485억 원에서 긴 가을 장마가 찾아왔던 2021년 458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521억 원으로 반등했다. 특히 올해는 무더위 뿐 아니라 고물가에 냉면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 923원으로 2년 전보다 17.3% 비싸졌다.
이에 CJ제일제당(097950)은 예년보다 3주 앞당겨진 다음 달 초부터 자사몰 등에서 냉면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동치미물냉면과 함흥 비빔냉면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할인전을 진행해 냉면 간편식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풀무원(017810)은 처음으로 생면으로 만든 '냉면 밀키트'를 내놨다. 풀무원 관계자는 "고물가에 전문점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로 여름면 시장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스크림 시장도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지난해 롯데웰푸드(280360)로 합병한 뒤 경쟁사인 빙그레(005180)·해태아이스크림 연합과 맞붙는 첫 여름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롯데웰푸드와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3.9%, 41.8%로 초접전 상황이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무설탕 브랜드인 ‘제로’를 아이스크림까지 확대해 1위 수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려는 트렌드에 '제로 슈거'가 대세로 떠오른 만큼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를 넣은 아이스크림으로 20~30대 수요를 뺏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빙그레는 '메로나'와 해태아이스크림의 '쌍쌍바'를 합친 '쌍쌍바 위드 메로나'를 한정 출시하는 등 공동 마케팅에 집중하며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 15일 '부라보콘'을 떠올리게 하는 신규 CI를 선보이고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