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이 많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이 1년 새 6곳 증가하며 올해 38개로 나타났다. 주채무계열 기업군이 39곳에 달했던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주채무계열관리제도는 주채권은행이 차입금 및 신용공여 잔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주요 대기업그룹의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제도다.
17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이 2조 717억 원 이상이고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1조 2094억 원 이상인 38개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2개에서 올해 6개 증가한 것으로 이랜드와 카카오·태영·현대백화점·한온시스템·DN·LX 계열 등 7곳이 신규 편입됐다. LX는 LG 계열에서 친족 분리돼 독립된 기업진단을 형성하며 주채무계열에 편입됐다. 카카오·현대백화점·DN 등은 인수합병(M&A) 등 투자 확대를 위한 차입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면 동국제강 계열은 영업흑자 등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며 제외됐다.
주채무계열은 2014년 42개로 치솟은 후 2020년까지 매년 꾸준히 감소하며 28곳까지 줄었다가 2021년, 2022년 연속 32개를 기록한 뒤 올해 38개로 크게 늘었다. 이들 38개 대기업집단의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322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4%(45조 5000억 원) 증가했다. 전체 은행권 기업 신용공여 잔액 1775조 5000억 원의 약 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총 차입금 역시 지난해보다 11.6%(63조 4000억 원) 증가한 609조 7000억 원에 달했다.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상위 5대 주채무계열은 현대자동차·SK·롯데·삼성·LG 순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4위였다가 올해 3위로 올라갔고 지난해 3위였던 삼성이 4위로 변동됐다. 지난해 말 기준 상위 5대 계열의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전년 말 대비 14.8% 증가한 159조 원으로, 전체 주채무계열 신용공여액의 49.1%를 차지했다. 주채무계열 대비 5대 계열의 총차입금 비중은 55.7%(340조 원)를 기록했다.
주채권은행은 올해 이들 38개 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기준 38개 주채무계열의 소속 기업체 수는 6440개 사다. 지난해보다 888개 사(16%) 늘어난 규모로 국내법인은 20%, 해외법인은 14%씩 각각 증가했다.
금감원은 “정성평가 시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는 등 엄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며 “최근 수출 부진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 추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 위험 등도 보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평가 결과,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계열은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평가 결과가 부채비율 구간별 기준 점수에 못 미치는 계열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기준 점수의 110% 미만인 계열은 정보제공약정을 맺을 예정이다. 금감원은 “주채권은행은 약정 체결 계열의 자구계획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대기업그룹의 신용위험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