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 캠퍼스커플(CC)들은 밥은 외대에서 먹고 공부는 경희대 도서관 가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대 도서관은 인기가 적었다고 하더라고요. 1973년에 준공한 건물이니 워낙 낡아서 젊은 학생들이 덜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마친 지금은 밤낮으로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외대 ‘지속가능한 도서관’의 그린리모델링을 총괄한 서형주 포스코A&C 전략디자인그룹장은 좋은 건축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건물은 건축가의 욕심과 시공자의 경제적 편익 등이 집결한 결과물이지만 이를 실제로 이용하는 것은 사용자다. 리모델링의 시작은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속가능한 도서관에 새로 들어선 계단형 다목적홀과 지하 서고, 캠퍼스 조망을 확보한 탁 트인 열람실 등 구석구석에 도서관을 애용해온 학생들과 사서들의 의견이 담겨 있다.
포스코A&C는 포스코그룹 계열의 종합건축사사무소다. 모회사가 철강회사인 만큼 리사이클링을 기반으로 한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했다. 콘크리트는 재사용이 어려워 전부 건축 폐기물이 되지만 철은 건축물 자재로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2020년 이후 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와 포스코A&C의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한 철학이 맞물리면서 현재 그린리모델링은 그룹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세종·오산·김포의 제로에너지 주택,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 마스터플랜 ‘CAMP MARE(캠프 마레)’, 평창 동계 올림픽 미디어레지던스모듈러호텔 등이 포스코A&C가 주력하는 탄소발자국 감축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지속가능한 도서관의 진정한 가치는 내면에 있다고 자평한다. 비싼 자재를 퍼부어 눈부시도록 화려하게 지은 건물들과 달리 이 도서관의 경우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서 그룹장은 “워낙 노후 건물이라 도면조차 없어 설계 초기부터 애를 먹었다”면서도 “그러나 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폐기하지 않고 다시 시설적인 가치가 높은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도서관을 여지껏 지탱하고 있는 뼈대와 주춧돌에 지나온 50년간 수많은 학생들의 추억이 새겨져 있는 셈이다.
예산 문제도 있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의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 그룹장은 고효율 창호와 커튼월 등을 사용해 단열 성능을 향상시키고 전체 조명부하 142% 이상을 발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설비를 옥상에 설치했다. 해가 잘 들지 않는 남측은 창을 줄여 에너지 손실을 막았다. 그 결과 건물의 에너지 요구량은 기존 노후 건물 대비 53.4%나 감소했다. 그는 “대면 강의가 중단됐던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자가발전 에너지로만 도서관 운영이 가능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국토교통부의 그린리모델링 사업 지원 대상에도 선정되면서 공사비에 대한 연 3% 이자까지 감면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