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를 타고 일본 증시의 대표지수인 닛케이255가 17일 1년 8개월 만에 3만 선을 탈환한 가운데 국내 상장된 일본 펀드도 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려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전날까지 일본 지수를 추종하는 5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는 평균 20.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 토픽스(TOPIX)지수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일본TOPIX레버리지(H) ETF’가 28.83%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 주가)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니케이225’가 20.17%,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에 투자하는 ‘KODEX 일본 TOPIX 100 ETF’가 18.03%의 수익을 거뒀다.
일본 관련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전날까지 국내에 상장된 일본 주식형 펀드 31개의 평균 수익률은 16.53%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북미(22.2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과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11.91%)와 국내주식형 펀드(15.44%)는 물론 인도(5.77%), 베트남(8.38%), 브라질(9.84%) 등 신흥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중국 펀드는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 효과에도 수익률이 -0.49%로 하락세다.
일본 투자 상품이 호조를 보인 배경에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 수출 관련 기업들의 이익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엔저 효과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늘면서 내수 기업들의 실적까지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날 닛케이225지수(3만 93.59)는 1월 4일보다 17.01% 올랐다. 토픽스지수(2133.61)도 같은 기간 14.2% 상승했다.
투자 성과는 우수하지만 경제 상황에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일본 펀드는 쉽사리 덩치를 키우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일본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1월 2일 이후 이날까지 85억 원가량 감소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도 5억 원이 더 빠져 나갔다. 올해 중국과 인도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각각 4028억 원, 2511억 원씩 늘어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최근 대규모 금융 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일본 수출 기업들에 엔저 수혜가 지속되고 내수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그간 일본에 씌워진 저성장 국가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투자 상품들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