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예상 시점인 ‘X데이트’까지 2주가량 남은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부채한도 조정을 위한 두 번째 협상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 기한이 촉박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예정된 호주·파푸아뉴기니 방문을 미뤘고 해당 기간에 예정됐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역시 취소됐다. 이에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 의지를 봤다며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16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과 약 1시간 동안 부채한도 상향 논의를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여야 지도부가 9일 처음 만난 뒤 1주일 만에 다시 벌인 협상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끝났다.
그럼에도 여야 대표들은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부채 이행이 단순한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압도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우리는 책임감 있고 초당적인 예산 합의로 가는 길에 있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 역시 “이번 주말까지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어 “짧은 시간 동안 할 일이 많다”고 덧붙여 여야가 부채한도 상향,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양측은 정부 지출 중 어떤 프로그램을 삭감하느냐로 지금껏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폴트 예상일인 6월 1일까지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자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과 연계한 추가 순방 일정까지 취소했다. 그는 G7 정상회의 이후 파푸아뉴기니와 호주를 들러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모두 연기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디폴트 방지 마감 기한에 따라 의회가 움직일 수 있도록 여야 대표들과 다시 만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2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쿼드 정상회의도 취소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문이 미뤄진 데 대해 사과했다”며 “이른 시일 내 호주 방문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에 따르면 쿼드는 당사자 4국 정상이 모두 모이는 G7 정상회의 기간 중으로 회의 일정을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17일 오전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협상 의지에 고무됐다며 “결국 미국이 디폴트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우리가 결론에 이를 (협상)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이날 “어제의 회담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다음 주나 2주 안에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