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통일·외교' 불용예산이 가장 많았다…'복지'는 미미

◆재정정보원 역대 불용예산 분석

'세수부족시 복지예산 축소'는 기우

집권 2년차 대외정책 속도내는 尹

사활 건 부산엑스포 유치전 고심

기재부 내서도 "적극 대응" 목소리





역대 정부의 불용 예산 가운데 통일·외교 부문의 불용률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책정됐던 통일·외교 부문 예산이 다른 부문 예산으로 전용돼 쓰인 비중이 컸다는 뜻이다. 세수 부족 시 사회복지 부문 예산부터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던 일각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로 복지 예산 집행 축소 우려가 부풀려진 것으로 해석된다.

올 들어 1년 전 대비 24조 원(3월 말 기준)이나 세수가 덜 걷히면서 기획재정부가 불용이 예상되는 사업에 대한 정리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지출 구조 조정에 대한 고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재정정보원 디브레인(총지출 기준 결산 자료)을 통해 2009년 이후 예산액·집행액을 비교해 불용액 추이를 조사한 결과 세수 결손이 크게 발생한 시기에 불용률이 상승했다. 불용 예산은 말 그대로 올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민자 사업으로 전환되거나 집행률 저조로 정부가 쓸 필요가 없게 된 예산으로 다음 해 예산으로 넘기거나 올해 진행하는 다른 사업으로 돌려 쓰는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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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시기는 2010년 이후 2012년, 2013년, 2014년, 2019년 등 총 4차례 있었다. 평소 2%대를 유지하던 불용률도 결손이 발생하면 당해 연도와 직후 연도까지 3%대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징적인 것은 결손 시기 분야별 불용률 추이였다. 통일·외교 불용률은 2009년 33.6%, 2014년 30.2%, 2015년 30.3%로, 평소 20% 선에서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사회복지의 경우 2014년 2.8%, 2015년 3.1% 등으로 세수 결손이 없었던 연도(2%대 후반)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재정정보원 관계자는 “통일·외교 분야는 북한과 외국 등 상대방이 있다 보니 예산을 편성할 당시의 정부 의지와 달리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집행률이 낮은 경향을 띠고 그 결과 불용률이 높았다”고 해석했다. 그는 “사회복지의 경우 의무지출로 반드시 지출되도록 정해진 예산 비중이 높아 세수 부족의 영향을 적게 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권 2년 차 윤석열 정부가 경제 외교를 앞세워 대외 정책에 더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점이다. 아울러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앞다퉈 유럽과 아시아·아프리카 순방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세수 부족 시 통일·외교 예산 집행을 늦춰 예산을 보충해온 기존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처지다. 세종 관가의 한 국장은 “과거 정부와 같이 통일·외교 분야의 불용을 높일지는 미지수”라며 “특히 한미일 안보동맹이 강화되고 대외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교 부분 불용률 확대에 부담을 가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 내부에서도 보다 더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건정재정 기조 속에 “추경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불용 확대와 기금 여유 자금으로는 세수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종=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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