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으로 사막화가 됐다는 드라마의 설정이 일어나진 않길 바라지만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는 우리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까요.”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우빈은 처음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제안을 받고 황폐한 세계를 그리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어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던 때라 자유롭게 산소를 숨쉴 수 없는 세계가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는 2017년 비인두암 판정을 받고 휴식기를 가진 김우빈이 완치 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영화 ‘외계+인’ 이후 출연한 작품이다. 김우빈은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2071년 서울에서 사람들에게 산소를 전달하는 전설적 택배기사 ‘5-8’을 맡았다.
김우빈은 ‘택배기사’를 접하고 “캐릭터가 흥미로웠고 조의석 감독과 만들 작품이 기대됐다”고 말했다. 앞서 조 감독은 2016년 개봉한 영화 ‘마스터’로 김우빈과 처음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설정상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을 덮는 등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김우빈은 “감독님께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질문하면서 촬영했고 감독님도 힘을 실어주셨다”면서 “마스크 때문에 대사 전달이 힘들어서 후시 녹음의 힘을 많이 받기도 했다. 동시 녹음할 때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신경을 더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해 해선 안되는 데 작품 중에서 ‘5-8’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모두 컴퓨터그래픽(CG)이다. 그는 “CG로 연기를 만들 수 있으면 연기를 해보겠다고 제안했다”면서 “감독님이 CG팀이랑 상의하시더니 가능하다고 하셔서 실제로 흡연을 하는 것처럼 상상하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는 이윤균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김우빈의 ‘5-8’은 원작의 인물과 동일하지 않다. 숨겨진 이름부터가 다르다. 원작의 ‘5-8’이 ‘창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김우빈의 ‘5-8’은 본명이 ‘김정도’라는 전사를 지녔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제가 믿어야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에서 힌트를 최대한 얻고 전사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면서 “시리즈 속 ‘5-8’은 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기억이 나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눈 앞에 없던 인물이다. 성격이 밝았지만 동료들이 식량 때문에 적이 되는 세상에서 많은 상처를 받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택배기사’는 5월 2주차 넷플릭스 ‘주간 톱 10’에서 시청시간 3122만 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 TV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높은 인기에 대해 묻자 그는 “전세계적으로 대중들이 K콘텐츠를 많이 사랑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저희도 덕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5-8’과 저는 비슷해요. 저는 이미 담배를 끊었고 훨씬 밝고 장난기도 많지만요.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모두가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