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첫 외교 일정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취임 때부터 강조한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과 맞물려 있다.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을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하기 위해 G7과 손잡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며 ‘가치 동맹 연대’ 외교도 굳건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에 도착하자마자 연속 정상회담에 나선 것도 이 과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19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하는 G7 정상회의 관련 정상외교는 한국이 전 세계적 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 중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준수, 공동의 번영, ‘역내 평화’ 등을 위해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G7 확대회의에서 참가국들과 기후변화·보건·에너지 등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협의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식량과 보건·젠더·에너지·환경 같은 글로벌 어젠다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자유 연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앨버니지 총리와 만나 양국이 함께 자유 가치를 기반으로 역내 평화를 증진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행하는 데 역내에서 입장이 같은 호주와 전력적 소통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양국 관계가 2021년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로 격상된 것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이 심화되고 있다”며 소통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어 앨버니지 총리는 “한일 관계를 개선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내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제3자 변제’ 조치를 먼저 제안해 한일 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주도적으로 풀고 있다는 것을 호평한 셈이다. 앞서 1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 역시 “때때로 힘든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민을 위해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리더십”이라며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양자 관계 개선을 통해 강력한 파트너가 됐다”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G7 정상회의를 위해 히로시마를 찾아 “한일 관계 개선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셔틀외교 복원 직후 열린 다자회의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은 앨버니지 총리와 핵심 광물 공급 안정화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호주는 석탄·철광석 등 전통적인 자원뿐 아니라 2차전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리튬을 비롯해 각종 희토류 자원이 풍부한 자원 강국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방산 분야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다음 주 호주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방산 협력이 구체화되기 바란다”며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역내 군사훈련 횟수를 늘려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베트남과의 정상회의는 경제에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베트남의 3대 교역국임을 강조하며 “2030년 1500억 달러 교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베트남에 대한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팜민찐 총리가 ‘한국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을 직접 해소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에 찐 총리는 “한국과의 수교 30년간 쌓아온 놀라운 협력을 발판으로 앞으로 베트남은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가운데 한국과 전략적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의 재정·기술·인적개발·제도개선 등에 걸친 개발협력 사업 확대를 기대한다. 디지털·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교류와 협력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힌편 윤 대통령은 G7 국가들과도 전방위적인 경제안보 협력에 나설 방침이다. 북핵 대응은 최우선 논의 과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때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원폭자료관을 방문한 G7 정상들에게 핵군축의 중요성을 환기하며 북핵 억제를 위한 공조를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