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업은 부침이 심하다는 인식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마녀공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클린뷰티’라는 우리의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 고유한 브랜드로서 인식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이 상장사 타이틀을 달아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자연주의 화장품 기업 마녀공장의 유근직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업공개(IPO)를 결정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 마켓에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화장품 사업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대표가 줄곧 강조한 개념은 ‘브랜드로서의 사업’이었다. 유 대표는 “마녀공장이 국내에서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클린뷰티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이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IPO 시장 등장한 화장품 기업
“日 온라인 시장 빈틈 파고들었다”
“日 온라인 시장 빈틈 파고들었다”
2012년 설립된 마녀공장은 천연 유래 성분의 자연주의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퓨어 클렌징 오일’ 제품이 유명하다. 뷰티 브랜드 ‘메디힐’로 이름을 알린 엘앤피코스메틱이 2018년 마녀공장을 인수해 지난해 말 기준 76.48%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잇츠스킨, 스킨푸드 대표 등을 맡으며 20년 넘게 화장품 업계를 이끈 유 대표가 지난해 초 신임 대표로 합류하며 마녀공장 IPO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마녀공장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면서 지난해 침체했던 뷰티 기업 IPO도 훈풍이 부는 분위기다. 2020년 코로나19로 화장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상장한 화장품 기업은 아이패밀리에스씨(114840)가 사실상 유일했다.
마녀공장이 코로나19 종식에 발맞춰 빠르게 IPO에 착수할 수 있었던 건 업계 전반의 불황과 관계없이 독보적인 경영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마녀공장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018억 원으로 전년(626억 원) 대비 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247억 원)은 39.5%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화장품 업계 1, 2위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역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녀공장은 최근 3년 동안 연 40~60%에 달하는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주요 매출처인 중국에서의 소비 둔화로 18년 만의 매출 감소(-11.2%)을 기록했고, 아모레퍼시픽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7% 줄었다.
마녀공장의 탄탄한 실적은 일본 시장을 ‘캐시카우’로 삼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지난해 마녀공장 수출액(563억 원)은 전체 매출의 55.27%에 달하는데 이 중 75.77%(426억 원)가 일본 수출에서 발생했다. 과거 중국 매출에 의존하던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등으로 큰 피해를 봤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마녀공장의 일본 기반 매출은 투자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유 대표는 “일본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매출이 강한 나라인데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아졌다”며 “이때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빈틈을 파고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녀공장이 2020년 출시한 ‘갈락 나이아신 2.0 에센스’는 일본 온라인 쇼핑몰 큐텐이 진행하는 할인행사(메가와리)에서 2021년 4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전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마녀공장이 이 제품으로 벌어들인 돈만 218억 원에 달한다.
유 대표는 “물론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온라인 부분에서의 매출은 다시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도 “지난해 하반기 일본 아이케이와 계약 후 올 1분기 오프라인용 매출이 많이 늘었다. 앞서 일본 시장에서 쌓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온라인 매출 감소량을 오프라인에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서 브랜드 마케팅해야…中로컬 브랜드와 경쟁 불가피”
중국이 화장품 시장의 큰 손인 만큼 중국 진출은 필수적이다. 마녀공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수출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중국향 매출 비중은 아직 약 10%에 불과하다.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한다면 회사의 외형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게 유 대표의 구상이다. 다만 유 대표는 ‘한국 제품은 내놓기만 하면 팔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중국 진출 전략을 묻자 “화장품은 브랜드 사업이다. 유통 사업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온라인 역직구 채널을 통한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중국 현지 메이저 대행사를 통한 맞춤 영업 및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유 대표는 “과거 10년 정도는 ‘메이드인 코리아’ 딱지만 붙으면 불티나게 팔렸다”며 “당시 무주공산인 중국시장에서 품질 및 제조 능력이 세계 탑급인 K뷰티 제품은 유통만 잘하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 내 로컬 브랜드들도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고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 소비자와 한국 제품의 물리적 차단 효과는 이를 가속화했다”며 “이제 중국에서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색조 화장품·생활용품 등 향후 포트폴리오 다각화
유 대표는 마녀공장의 매출이 일부 주력제품에 쏠려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상장을 계기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적극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마녀공장의 매출 약 94%는 기초화장품군에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퓨어 클렌징 오일, 갈락 나이아신 에센스, 비피다 바이옴 콤플렉스 앰플 등 3가지 제품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56%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제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
마녀공장은 우선 올 하반기 색조 쿠션 제품을 출시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다. 2024년에는 생활용품 관련 신규 제품도 출시한다. 이들 제품들이 향후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해도 될 정도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유 대표는 “이익률을 유지하는 것만이 목표라면 지금 잘 팔리는 클린징오일만 계속 팔면 된다”며 “기초제품들의 시장 우위는 지켜나가면서도 새로운 제품군 개발 및 마케팅 비중을 높일 것이다. 당장의 영업이익률은 조금 낮아질 수 있지만 동종 업계 평균보다는 높게 유지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친화적 공모구조…상장일 유통물량 17.13%
마녀공장은 이번 공모를 통해 290억~348억 원(공모가 1만 2000~1만 4000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200만 주를 전액 신주 발행하는데 이는 전체 상장 물량의 12.2%다. 일반적으로 신규 상장 기업들이 전체 주식 대비 공모 주식 물량을 20%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적은 물량이다.
유 대표는 “회사 내 현금 보유액이나 사업 운영을 위한 인프라 등은 현 시점에서 부족함이 없을 정도”라며 “화장품 사업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비상장사보다는 상장사로서 접근하는 게 해외 파트너와의 관계 구축 및 해외 시장에서의 신뢰도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IPO의 자금 조달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상장사로서 확보할 수 있는 브랜드 신인도가 사업 확장에 핵심적이라는 얘기다.
공모구조도 시장친화적이다. 마녀공장의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은 17.13%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70.54%의 물량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매도가 금지된다.
공모가 할인율도 높아 상장 후 양호한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 마녀공장은 공모가 산출을 위해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한 상대가치 평가법을 활용했는데 클리오(237880)·아이패밀리에스씨·네오팜(092730)·애경산업(018250)·브이티지엠피(018290)를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PER은 21.15배다. 마녀공장은 공모가 할인율로 37.32~46.28%를 설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이 제시한 평균 할인율(24.72~36.97%)보다 상·하단이 약 10%포인트 높다.
유 대표는 “이제 고객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효능 뿐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철학과 사회적 가치까지 눈여겨 보고 있다”며 “특히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 특성상 안전성이 확실하다는 전제로 효과·효능은 작은 차이로 승부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녀공장은 상장 후 클린뷰티라고 하는 정체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마녀사냥은 오는 22~23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공모가를 확정해 25~26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다음 달 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