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지수가 1년 8개월 만에 3만 선을 돌파하는 등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엔저 효과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환차익 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예탁원을 통해 일본 증시에 투자한 순매수 규모는 약 465만 달러다.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가 횡보세를 보인 2월과 3월에는 매도 우위를 보였다가 반등으로 돌아선 지난달부터 순매수로 전환했다. 국내 투자자의 일본 증시 순매수액은 지난달 약 49만 달러였지만 상승세가 가팔라진 이달 들어서는 19일까지 168만 달러로 규모를 키웠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였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약 310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그 뒤를 제약 기업인 다이이찌산쿄(약 246만 달러), 스포츠용품 기업 아식스(약 199만 달러)가 이었다. 스미토모금속광산·니덱·셀시스·이토추상사·교세라·미쓰비시상사·스미토모상사 등에도 한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 몰리는 것은 현지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엔화 약세, 주주 환원 강화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일본 정부가 반도체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각국 반도체 기업이 밝힌 대(對)일본 투자 계획 금액은 총 2조 엔이 넘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TSMC·삼성전자·IBM·인텔 등 7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간부를 만나 일본 투자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달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쓰비시·미쓰이·이토추·마루베니·스미토모 등 일본 5대 상사의 지분 보유 비율을 종전 6%대에서 7.4%로 높였다고 밝힌 점도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다. 버핏 회장은 인터뷰에서 “앞으로 일본 5대 상사 주식이 포트폴리오에서 큰 투자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다른 일본 주식에도 추가 투자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일본 증시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향세가 지속됐던 일본 기업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