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서울·인천·제주도 등에 보유한 토지를 매각, 15조원을 현금화 해 임기 내 부채비율을 200%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LH는 보유한 땅에 주택을 지어 분양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부 토지는 차라리 매각하는 게 자산 증식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취임 6개월 차를 맞는 이 사장은 지난 18일 경남 진주 LH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조건 고가인 땅에 집을 짓기 보다는 일부 토지는 차라리 매각을 하는 게 더 이익이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LH는 부채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꼽힌다. 총 부채는 149조 원, 이 중 금융부채는 81조 원 수준으로 하루 이자만 50억원에 달한다. LH의 최근 5개년 부채비율은 2018년 282.9%, 2019년 254.2%, 2020년 233.6%, 2021년 221.29% , 2022년 218.73%로 점차 축소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다. 이에 이 사장은 올 3월 219% 수준인 부채 비율을 임기 내 200%로 대로 낮추겠다는 중장기 경영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사장은 “서울 시내에 보유한 몇몇 땅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함께 매각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제주도에도 상당히 활용 가능 땅이 있고, 인천 영종도에 방치된 땅 110만평도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한다면 15조원 가량을 회수해 임기 중 부채비율을 200%대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오리사옥 매각과 관련해서 관할 지자체인 성남시와 용도 변경 등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LH는 2009년 이후 오리사옥 매각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매번 실패했다. 사옥 부지가 일반 상업지역으로 건물 용도가 오피스 등 업무 시설로 제한돼 있는 점이 매각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성남시가 도시기본계획을 세울 때 긴밀히 협의해 가급적 (오리사옥의)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 이 사장은 전세 제도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전세는 우리나라에서 주거사다리의 중요한 지름길이었고 그 자체가 붕괴된다면 내집 마련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며 “(원 장관의 발언은) 전세나 월세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안에 더 신경 쓰겠다는 방침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1기 신도시 재건축에는 LH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LH가 1기 신도시 자체를 다 만들었고 누구보다 1기 신도시 내용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며 “해당 자치단체가 정비계획을 입안할 때 LH가 함께하고, 도시의 마스터플랜으로서 LH가 역할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1기 신도시를 단순히 재건축으로 집만 짓는 걸로 생각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족기능을 늘려 외곽으로 유출되는 교통량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지은 지 30년 이상 지난 LH 임대주택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 중 재건축을 추진할 곳을 선별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용적률을 제대로 받아 살기 좋은 임대주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상지를 선별 중"이라며 "평형을 넓혀 질이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교통 정책은 ‘선(先)교통·후(後)입주’를 모토로 진행한다. 입주한 주민들이 출퇴근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2기 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3기 신도시 광역교통 대책과 관련해 “서울 지하철과 연결되는 노선의 경우 환승 없이 직결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3기 신도시 광역교통대책으로 하남 교산은 지하철 3호선 연장, 고양 창릉은 고양∼은평선의 서부선 연결, 남양주 왕숙은 9호선·별내선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창릉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왕숙에는 GTX-B 노선이 지나가게 된다.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난달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런 사고는 절대로 숨겨서는 안 되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현장은 안전진단 조사 결과 나올 때까지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입주시기도 결정될 방침이다. 전면 재시공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 입장에선 안전진단 검사 결과에 따라 대응할 것이며 예단해서 판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