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여소야대’ 지형이 형성된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직회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합의 도출에 실패한 법안을 야당 주도로 직회부 한 이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며 정치권에서 ‘협치’가 사라진 채 대립만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은 총 10건이다. 모두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만에 이뤄졌다. 본회의 직회부 된 10개 법안은 모두 부의 투표를 통과했고 이중 표결을 거친 7개 법안은 모두 가결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 이상 지나면 소관 상임위에서 재적위원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로 직회부될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대부분의 국회 상임위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할 수 있는 상태다.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면 이를 본회의에 부의(토론에 부치는 것)할지 여부를 여야가 무기명 투표로 정한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부치면 부의 결정도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활용해 이처럼 입법폭주를 하자 여당으로선 대통령 거부권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취임 1년만에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이 그 대상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하면 해당 법안은 국회로 다시 돌아온다. 되돌아온 법안이 다시 국회를 통과하려면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은 향후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등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방안도 저울질 중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 뜻을 거부하는 폭거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이 현 정부에 대해 ‘불통’이미지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입법폭주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