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고집적화되면서 웨이퍼 검사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불량 반도체 칩을 16배 빠르게 잡아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디지털전환연구부문 남경태 박사 연구팀이 산학연 융합연구를 통해 동시에 16장의 웨이퍼 검사가 가능한 ‘고속 멀티 프로빙 웨이퍼 검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 번에 한 장의 웨이퍼만 검사할 수 있었던 기존 싱글 프로빙 장비의 한계를 뛰어넘어 동시에 16장의 웨이퍼를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단위 시간당 16배 많은 처리량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반도체 웨이퍼 검사 장비의 75% 이상을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장비 국산화에도 청신호를 켠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웨이퍼 검사는 프로버(Prober) 장비의 척(Chuck) 위에 웨이퍼를 위치시키고 프로브 카드(Probe Card)와 접촉시켜 불량품을 선별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브 카드에 장착된 미세한 핀들이 웨이퍼와 접촉해 전기신호를 보내면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양품과 불량품을 판별하는 구조이다.
아주 작은 반도체 칩 위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핀 수만 개를 접촉시키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고 시간은 곧 제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테스트 검사 시간과 항목을 줄이는 것이 기술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공동 연구팀은 1회 검사로 여러 장의 웨이퍼를 동시에 테스트할 경우 생산량은 증가하면서 시간과 비용은 줄일 수 있다는 데 착안해 고속 멀티 프로빙 웨이퍼 검사 시스템을 설계했다.
새로운 검사 시스템의 핵심은 일체형 카트리지, 이송로봇, 멀티 챔버 설계·제작과 이를 구동할 수 있는 통합 제어시스템 개발이다.
연구팀은 웨이퍼 테스트의 주요 부품인 프로브 척, 웨이퍼, 프로브 카드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 패키지화한 일체형 카트리지를 개발했다.
이어 일체형 카트리지를 16개 장착할 수 있는 멀티 챔버방(Chamber Channel)을 제작하고 얼라인먼트 알고리즘을 통해 카트리지를 검사용 챔버까지 정확하게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고 중량의 카트리지를 정해진 챔버방까지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이송로봇도 함께 개발했다.
생기원 남경태 박사 연구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창의형융합연구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과제의 총괄 주관을 맡아 성균관대, 티로보틱스, 에이엠에스티와 함께 일체형 카트리지 얼라이너 및 이송로봇, 시스템 통합·제어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정순종 박사 연구팀은 다채널 동시 테스트에 필요한 멀티 챔버 및 웨이퍼, 핀의 접촉 정밀도를 높여 불량률과 부품손상을 줄이기 위한 프로빙 조정모듈(Tilting Module)을 개발했다.
한국재료연구원 전재호 박사 연구팀도 협동기관으로 참여해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열 척(Thermal Chuck) 구조를 설계·제작하고 관련 소재를 개발했다.
융합연구를 이끈 남경태 박사는 “고정밀·고집적화로 반도체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에 맞춰 웨이퍼 검사 시스템도 2세대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며 “개발된 검사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할 경우 기존 싱글 프로버 16대 분량의 검사가 가능해져 생산성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면서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