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우연히 알게 된 20대 여성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50대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1일 춘천지법 형사2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수강 4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1월 울릉도 패키지여행에서 알게 된 B씨(27·여)에게 3일간 6차례 전화를 걸고 1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씨와의 첫 통화에서 남자친구와의 스킨십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B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되레 ‘이런 질문을 하는 숨은 뜻을 파악하지 못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후 다섯 차례 더 통화를 시도했으나 B씨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
1심은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전화 시도로 인해 발생한 휴대전화 벨 소리와 부재중 전화 표시만으로는 스토킹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벨 소리’를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고, ‘부재중 전화’ 표시는 통신사의 부가서비스에 불과해 글이나 부호를 도달하게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이 경우 전화를 받을 때만 범죄가 성립되는 이상하고도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조사에서 B씨는 “A씨가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먼저 전화하는 일 없다’며 연락처를 요구하고, ‘조폭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는 말을 들은 상황에서 다음 일정에서도 A씨를 계속 마주쳐야 해 연락처를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A씨의 행위가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전화기가 만들어낸 벨 소리나 진동음, 부재중 전화 표시도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부호·문언·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따지는 정보통신망법과 달리,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부호·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므로 A씨의 행위는 결국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2심 재판부는 “처음 만난 여성 피해자에 지속 반복적으로 스토킹을 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와 태양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나쁘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스토킹 행위에 상당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