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값 밀어올리는 中

中, 美 국채 팔며 金 싹쓸이

리오프닝에 사치품 보복소비도 가세

인민銀 금 보유액 1979년來 최대

통화가치 방어 넘어 美 견제 포석

금 현물 2000弗 넘어 최고가 근접

美 금리인하 신호 땐 더 오를 수도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집중 매수에 전 세계 금값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금이 통화가치 방어(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화 패권을 흔들려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면서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고 중국인의 사치품 보복소비도 가세하면서 당분간 금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금 국제 현물 가격은 이달 15일 온스당 2016.49달러로 전년 말 대비 10.6% 상승했다. 이달 4일에는 온스당 2050.28달러까지 오르면서 2020년 8월 6일 기록한 역사상 최고치(2063.54달러)까지 근접했다. 금값은 미국 달러화로 표시되는 만큼 달러화 움직임과 연동한다. 지난해 연준의 긴축과 이로 인한 달러화 강세로 금값은 9월 온스당 1622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11월 이후 반등한 뒤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금값이 상승 전환한 것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수 때문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078톤을 매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28톤을 사들였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은행권의 불안이 커질수록 금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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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 매입이 예사롭지 않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단 5개월 만에 386만 온스를 매입하면서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4월 말 인민은행의 금 보유액은 1323억 5000만 달러로 3월 말(1316억 5000만 달러) 대비 7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979년 관련 통계가 발표된 이래 최대 금 보유량이다.

중국이 금을 매입하는 것은 단순한 통화가치 방어를 넘어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 내포돼 있다. 중국은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국채도 지속적으로 내다 팔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7월 9392억 달러에서 올해 1월 8594억 달러로 감소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이 달러 일변도였던 외환보유액 구성을 정치적 이유로 다변화하기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는 미 국채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금을 더 많이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인들의 사치품 보복소비가 늘어나면서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거나 연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된다면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달러가 약세면 금을 대체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금값이 오르는 역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금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안정적 투자처인 만큼 정치나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공포 심리로 인한 매수세가 견조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 중단을 확실시하거나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낼 경우 금 가격은 추세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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