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람회 행사장에 엑슨모빌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대표적인 글로벌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 중 40%를 점하는 핵심 광물인 ‘하얀 석유’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대기업 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른바 ‘탄소중립’ 시대 미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면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른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엑슨모빌이 미 아칸소주 남부 스맥오버 내 토지 약 12만 에이커(약 485.62㎢)를 매입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엑슨모빌은 땅을 에너지 자원탐사업체 갈바닉에너지로부터 약 1억달러(약 1317억 원) 넘는 가격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바닉에너지는 이 땅을 탐사한 결과 탄산리튬이 약 400만톤 매장돼 있다고 추정했으며, 이는 전기차 5000만대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엑슨모빌의 이번 리튬 투자는 회사 규모에 비하면 그 액수가 적은 탓에, 즉각적으로 주요한 경영전략을 변경하려는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보다는 자사가 보유한 리튬 생산·추출 기술의 수익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발판의 성격이 짙다. 리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라는 의미다. 이 소식통은 “엑슨모빌이 앞으로 몇 달 내로 이 땅에서 리튬 시추를 시작할 수 있으며, 수익성이 입증되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작업이 석유·가스 업체들의 전문 기술인 원유 시추 및 배관 추출, 처리 및 가공 등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리튬 생산에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WSJ는 엑슨모빌의 이번 투자에 대해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수요가 곧 정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화석연료 수요가 화학제품 생산, 대형 운송산업의 발달에 따라 수십 년간은 견고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엑슨모빌은 내연기관 자동차 수요가 2025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반면 전기·하이브리드·수소 등 친환경 차량이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까지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 세계적 전기차 보유 대수도 2017년 300만 대 수준에서 2040년 4억 20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엑슨모빌도 2027년까지탄소배출을 줄이는 대신 저탄소 기술 개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엑슨모빌 외 다른 에너지 업체들도 리튬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옥시덴탈석유는 자회사를 통해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애널리스트는 “전기차가 앞으로 대중교통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은 석유·가스회사들이 리튬 채굴 사업에 참여할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며“석유 수요 감소를 고려한 일종의 헤징(위험회피) 수단”으로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