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미국 부채 한도 협상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가운데 일본 증시가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일본 대표 지수인 토픽스(TOPIX)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며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했다.
일본 증시는 한국만큼이나 경기와 외부 여건에 민감해 글로벌 경기가 좋을 때는 강하지만 모멘텀이 약해지거나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듯하다. 최근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의 고질적 문제인 기업 지배구조가 세 가지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합계는 지난해 23조 6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0년 6조 8000억 엔, 2015년 15조 엔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워런 버핏이 투자한 미쓰비시상사의 경우 최근 실적 발표와 함께 22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버핏의 포트폴리오에는 미국 주식을 제외하면 일본 기업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일본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양호하다. 토픽스지수에 상장된 일본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플러스 현금 흐름을 나타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 중 현금 흐름이 플러스인 기업 비중은 22%에 그친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용 현금이 많다는 것은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일본 기업의 고질적인 교차 소유 관행도 줄고 있다. 상호 지분 보유는 일본과 과거 한국 기업들에서 흔히 발견된 관행이다. 지분을 교차 보유함으로써 동행과 공생의 의미도 있지만 소유 구조가 복잡해지고 실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 기업의 절반가량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에서 거래됐는데 이는 기업가치가 장부가치(자산에서 부채를 차감)보다 낮게 형성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정권 이후 강조된 배당 확대와 지분 구조 개혁 등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교차 소유는 감소하고 일본 기업의 자기자본이익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 증시의 사례는 국내 증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이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서 증시에 공급(기업공개나 유상증자)은 감소한 반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은 꾸준하다. 주식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는 셈이다.
산업구조 측면에서 보면 한국 증시는 반도체 등 경기에 민감하고 변동성이 큰 산업 비중이 크다는 약점을 지닌다. ROE도 경쟁국에 비해 탁월하지 못하다. 그러나 일본처럼 국내 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늘고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국내 증시가 하반기 ‘PBR 1배 이상(코스피 2616)’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