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가 바람을 피웠다가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협박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2010년경 당시 20대였던 러시아 브릿지 선수 밀라 안토노바와 만났다. 두 사람이 어떻게 얼마나 만났는지 등 구체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게이츠가 카드 게임의 일종인 브리지 게임 애호가로 유명해 이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엡스타인이 게이츠를 협박한 시점은 2017년이다. 이때 게이츠와 안토노바의 관계는 정리된 지 수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엡스타인은 지난 2013년 자신이 안토노바에게 대줬던 코딩스쿨 등록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성범죄 혐의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JP모건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선기금 설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던 그는 게이츠를 주요 기부자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설득에 실패하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 돈을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으며 폭로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게이츠가 자신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게이츠와 안토노바의) 불륜 관계를 폭로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게이츠 대변인은 “게이츠는 오로지 자선사업 문제로만 엡스타인을 만났다”며 “엡스타인이 게이츠를 끌어들이는 데 계속 실패하자 게이츠를 위협하기 위해 과거의 관계를 이용하려 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토노바는 2013년 브리지 게임을 대중화하는 온라인 사업을 구상하며 자금을 마련하던 중 게이츠의 측근인 보리스 니콜리치를 통해 엡스타인을 소개받았다. 엡스타인은 안토노바와 여러 차례 회의를 하며 제안을 검토했지만 투자는 하지 않았다.
자금 확보에 실패한 안토노바는 직접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되기로 결심하고 코딩 교육 과정 수강에 필요한 돈을 빌리러 다녔다. 이때 엡스타인이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내주겠다고 나섰다. 안토노바는 WSJ에 “엡스타인은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하고 직접 학교 측에 수강료를 지불했다. 아무것도 교환된 것은 없다. 나도 그가 왜 그랬는지 모른다”며 “내가 물었을 때 그가 ‘나는 돈이 많고 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미국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교도소 수감 중 2019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 20여 명을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2019년 7월 체포됐다. 이후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엡스타인은 2008년에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미성년자 최소 36명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그러나 재판에서 매춘부 상대 성매매 혐의 2건만 인정된 데다 검사와의 감형 협상을 통해 13개월 징역형을 받아 복역했다. 종신형을 선고받을 상황이었지만 이례적으로 터무니없는 감형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