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A씨의 차량이 화물차를 들이받은 사고의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가 사망한 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그는 아내 앞으로 20여개 보험을 들어 95억원 상당의 지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져 의심을 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 정문경 이준현)는 A씨(53)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2억300만원을, A씨의 자녀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14년 8월 23일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동승했던 임신 7개월의 아내(당시 24세)가 숨졌다. 사고 후 검찰은 A씨가 2008∼2014년 아내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한 보험 25건에 가입한 점 등과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들어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가입한 총 보험금은 원금만 95억원이며 지연이자를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업무로 인해 21시간 이상 숙면하지 못해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범행 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살인·사기 등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2021년 3월 금고 2년을 확정했다.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도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 계약을 맺었다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배우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고 전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라 결혼 후 매년 꾸준히 가입했고 배우자와 나이 차가 커서 보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A씨 진술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또 재판부는 차 사고로 A씨 역시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는 점도 고의 사고로 단정할 수 없는 근거로 들었다.
A씨는 교보생명 외 다른 보험사들을 상대로도 각각 소송을 냈지만 1심 판결이 엇갈렸다. 외국인이었던 아내가 보험계약 당시 약관을 충분히 이해했는지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2021년 10월과 작년 8월 각각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선 이긴 반면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선 패소했다. 이 소송들은 패소한 쪽이 항소해 모두 2심이 진행 중이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만 항소하지 않아 A씨의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