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신용(빚) 규모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13조 7000억 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금리 등으로 신용대출을 줄이는 동시에 신용카드 할부 이용액도 감소한 영향이다. 가계신용을 구성하는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1853조 9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3조 7000억 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통계가 편제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3분기 3조 6000억 원이 줄어든 데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5% 줄어들면서 사상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신용은 코로나19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면서 급격히 늘어났으나 2021년 8월 한은의 금리 인상 이후 점차 줄어들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020년과 2021년에 분기별 평균 32조 2000억 원, 34조 4000억 원씩 가계신용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번 1분기 감소 폭은 규모가 큰 편이 아니다”라며 “최근 흐름은 완만한 부채 축소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1739조 5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조 3000억 원 줄었다. 가계대출 감소 폭 역시 사상 최대다.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5조 6000억 원 줄었기 때문이다. 기타대출은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와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상여금 유입에 따른 대출금 상환 등으로 6분기 연속 감소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은 전 분기 대비 5조 3000억 원 늘어난 1017조 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 감소에도 정책 모기지 취급과 주택거래 개선 등으로 주담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9만 1000호에서 올해 1분기 11만 9000호로 증가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114조 4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조 4000억 원 감소했다. 2020년 4분기(-2000억 원) 이후 9분기 만에 감소 전환이다. 연말 소비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줄어든 동시에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로 신용카드 이용액이 줄면서 판매신용도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올해 4월 가계대출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 전환한 만큼 부채 축소 흐름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며 “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부동산 거래도 회복되면서 향후 자산시장 흐름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